내 성격은 무슨 컬러일까

다양한 나의 참모습들을 발견해야만 하는 이유

by 봄치즈

호박마녀님: "첫 번째 섹션의 10가지 문항 중 A 답을 많이 체크하셨으면 외향형, B가 많으면 내향형이라고 보시면 돼요."


나: 'A 가 4개, B가 6개. 큰 차이는 안 나지만 어쨌든 내향성이 조금 더 강하군.'


호박마녀님: "다음 두 번째 섹션에서는 A가 많으면 사고형, B가 많으면 감정형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나: "똑같이 5개씩인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호박마녀님: "흠... 그럴 경우는 감정형에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봄치즈님은 그럼 '내향형'에 '감정형'이니까 '그린형'이 되겠네요."


우연한 기회로 듣게 된 호박마녀님의 반가운 컬러 성향 테스트 강의. 그 결과 난 레드, 블루, 옐로, 그린 중 '그린형의 사람'이었다. 여러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는 사람 너무 많아 핸드폰 전화번호부가 모자랄지경인 20대의 내가 들었더라면 매우 의아해했을 결과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내 삶을 돌아보며 '가장 편안하고도 자연스러운 나'의 여러 모습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해 온 지금의 나로서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결과였다.


누가 봐도 사교적이고 리더십도 강한 데다, 집은 하숙집으로만 이용한 채 '커리어우먼'을 자부하며 일에 열정적이던 나의 생활은 결혼 후 순식간에 바뀌었다. 미국으로 건너와 엄마로서 맞이한 미국의 생활은 그야말로 조용한 집콕 생활. 출산 후 아이와 달랑 세 식구만이 지내게 된 이 곳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장롱면허'는 무용지물,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남편 없이는 제대로 된 외출도 못하는 일이 많았다. 한 동안 계속된 집콕 육아에 이어 일을 시작했지만 출퇴근이 아닌 재택근무이니 육아와 함께 일에만 몰두한 채 지낸 나의 동선은 집-유치원, 집-학교가 대부분이였다. 솔직히 결혼 전 예전의 삶과 비교해본다면 저녁에 향수병에 걸려 엄마 있는 한국으로 날라갔거나 (실제로 주변에 그런 분들이 왕왕 있었다), 이미 심각한 우울증에라도 걸려야 했을 판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반대로 너무 편안했다. 비록 육아로 몸은 피곤했을지언정 나름 꽤 괜찮은 평온함을 느꼈다.


내가 이렇게 밖을 안 나가는 사람이었나 스스로 놀라웠다. 집에서는 항상 무언가에 집중하고 사부작 거리는 '나름의 바쁜 엄마'였지만 다른 엄마들이 눈에는 '집에서 뭘하는지 아이 드랍 및 픽업때 빼고는 잘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엄마'였으리라. 보통 아이들과 집에 있는 게 힘들어 키즈카페나 다른 아이들과의 플레이 데이트를 약속 잡지만 오히려 난 아이들하고 집에서 보내는 그 시간이 훨씬 더 편안했다. 다른 아이들이 있으면 그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신경을 써야 했고 그것에 들이는 에너지가 육아보다 더 피곤할 때가 있었다.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했던 인싸의 삶은 어디로 간 것인지. '엄마가 되면서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나도 변했나 보다'라는 자의적인 결론을 내릴 무렵, 우연히 만난 남인숙 작가의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라는 책은 이 같이 갑작스럽게 변한 내 성격에 명쾌한 이유를 알려주었다. 난 본래부터 그런 성향의 사람, 즉 내성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 잊었던 옛 기억들이 떠올랐고 그것들은 내 어릴 적 진짜 모습을 다시금 찾아주었다.


집에서는 그리 수다 쟁이였으면서 학교에서는 말 한마디를 안 했던 초등학교 1학년, 결국 담임 선생님이 걱정스럽다며 엄마를 부르신 일. 극 소심한 성격에 도움이 될까 하여 여러 지인의 권고로 다녔던 웅변학원. TV보다는 조용한 방구석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고 가장 즐겼던 시간은 매일 일기 쓰던 시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속의 나는 참으로 내성적인 아이였다.


참으로 감사한 건, 이런 소극적인 성격에 주변에서 핀잔 한 번 들을 만 한데 부모님 및 그 어느 누구에게도 걱정스러운 잔소리를 하시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마음 편한 가족들 앞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말 많고 수다스러운 아이였다. 내 말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잘 반응해주는 가족들 도움 때문인지, 아니면 피아노, 서예, 동화구연과 등 좋아하는 것들과 관련된 대회들을 자주 나가면서 훈련이 된 덕분인지 내 성격은 자연스럽게 외향적으로 변했던 것 같다. 운 좋게도 주변에는 항상 따뜻한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과의 단단한 유대감은 내 안에 '적극성'과 '자신감'을 장착시켜 준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대학교 이후의 나는 무엇에나 적극적이었고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아는 사회에서 환대받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러면서도 원만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간간히 불편함을 느끼던 지점들이 있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것은 대부분 나의 본질적인 기질인 '내향성' 때문이었다. 사람들과의 모임을 좋아하면서도 만남 이후에는 집에 돌아와 굉장히 피곤해하고, 미친 듯이 회사일을 마감하면 그다음 날 휴무에는 무조건 서점 방문 및 연극 관람 등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야 했던 생활 습관들. 미리 세워진 계획에 차질을 주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갑작스럽게 큰 모임이나 회식이 취소됐을 때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나. 단순히 나의 '저질 체력 때문이리라'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이 또한 '다른 사람보다 에너지 소모가 심해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내성적인 인간''의 성향 때문이었던 것이다.

혼자 보내는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야 함께 할 힘을 얻는 나는 고양이가 가장 이상적인 룸메이트임을 느낄 때가 많다. 각자 사생활을 즐기다가 종종 눈을 마치 치면 반가워하는 소통방식이 서로의 마음에 든다. 소울 메이트하고나 가능하다는 '따로 또 같이'의 공존 방식이 이 녀석과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첵을 읽으면서 '따로 또 같이'의 공존 방식이란 말에 크게 공감했다. 가족이 생기면서 '함께 하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고 실제로 주말 및 퇴근 후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매일 '혼자만의 충전시간'을 고수하려 노력했었던 지난 날. 몇 년 전 블로그를 열었을 때도 그 제목 또한 주저 없이 '나만의 한 시간'이라 정한 것도 그 이유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지금껏 이러한 삶을 잘 유지시켜온 걸 보면 '따로 또 같이'라는 그 방식이 꽤나 효과적이었음은 분명하다. 적어도 내향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사람에게는.


이 책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우대를 받게 되는 지금의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때때로 자기 폄하를 할 수 있는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내향적인 저자'가 전하는 따뜻한 위안들이 담겨있다. 사실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기에 이 책의 정확한 타깃 독자라 말할 순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내 타고난 기질에 대해서 알게 되고, '간간히 마주하였던 이 전의 불편함 들은 지극히 당연스러운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고마운 책이었다.


한 가지로 정의될 수 없는 나의 여러 기질들을 알고 싶다면


요즘 아이들은 서로 만날 때 자신 소개로 MBTI 성향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한 단어로 정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그 MBTI 결과에 나를 너무 껴맞추지만 않는다면 '나를 알아가는 여러 방편' 중 하나로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양쪽의 성향 점수가 대부분 반반이어서 (내가 봐도 신기하다) 기분에 따라 MBTI 결과나 상반되게 나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내 안에 다양한 면모가 담겨 있다는 뜻이 아닐까. 특히나 갤럽에서 진행하는 Cliftton의 강점 검사(Clifton Strength Assessment)는 개인적으로 너무 도움을 받았기에 가족들 것도 해보고 지금도 주변에 추천을 하는 검사다. (기회가 되면 추후에 자세하게 글로 남겨보려 한다.)


이번 컬러 성향 강의 또한 듣다 보니 그린이 아닌 다른 색들에 담긴 기질들 또한 특정한 환경 및 순간에서 내가 발휘하는 것들이었다.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건 스스로 발달시켜 온 여러 성향들이 내 안에 함께 공존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내가 갖고 있는 다양한 성향과 강점들을 파악해놓으면 적재적소에 맞게 그에 필요한 성향들을 꺼내 쓰기가 쉬워진다는 점이다. 가식적인 것도 아니고 내가 갖은 감정을 거짓으로 말하는 아니다. 기본적인 나의 마음은 같지만 그것을 상대방과 그 환경에 맞게 적절한 방식으로 선보인다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르겠다.


'부캐' '또 다른 페르소나' 등으로도 일컬어지는 내 안에 잠재되어있는 다양한 모습들. 그것들을 하나씩 찾아보고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안 해본 분들께는 한 번쯤 해보시라 추천해보고 싶다). 하루의 일과 속 내 감정들을 나열해보고, 여러 강점 검사들을 통해 내가 가장 편안해하는 기질에 대해 알아보고, 매일의 모닝 페이지로 잠시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와도 만나보면서 나의 여러 모습들을 만나보기. 그리고 미처 깨닫지 못한 내 모습과 대면했을 때, 마치 수많은 퍼들 중 내가 찾고 있던 그것을 마침내 찾았을 때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이후 필요에 따라 내 안의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면서 상황에 따라 필요한 강점들을 발휘한다면 같은 상황도 더욱 편안하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가장 도움을 주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자라면서 자신의 여러 가지 진면목을 찾아내고 그것의 가치를 발견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길. 그리고 그것을 통해 바라는 꿈을 찾고 그것들을 주변의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


사실 한 번에 이룰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다. 나 또한 여전히 그러한 여정 안에 있지만 비단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우리의 평균 수명도 늘어났지만 이미 그 여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호박마녀님의 강의를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된 나의 그린 컬러 성향들. 그래서일까. 하나둘씩 서서히 단풍들 준비를 하는 창 밖 나뭇잎의 그린 컬러가 더욱 반갑다. 그 색이 모두 붉어질 무렵, 올 가을엔 친한 지인들과 함께 단풍놀이나 가볼까. 내 안에 있는 레드 컬러의 리더십과 및 옐로 컬러의 유쾌함을 끄집어 내 올 가을에는 '즐거운 가을 단풍 계획'을 세워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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