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만난 날

by 봄치즈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초등학교 이후 이 처럼 많이 울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눈물이 너무 많아 '툭하면 너무 자주 우는 것'때문에 주변의 걱정을 많이 들어왔던 터. 그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눈물이 그렁거릴 때마다 꾹 참는 게 습관이 되었다. 울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마음에 꾹꾹 눌러담아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 울었다.


그러나 이 날은 남들 앞에서 우는 것이 마음껏 허용되는 날이었다. 아니, 허용되지 않된다 하여도 전혀 개의치 않는 날이다. 기쁨과 감동, 크나큰 설렘을 동반한 그 날의 눈물은 참을 수 없는 눈물이었다. 우리 아이를 처음 만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벅찬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13시간의 진통 끝에 만나게 된 우리 딸. 임신 기간 내내 계속되었던 입덧으로 매일 몸이 힘들었고 이 때문에 '아이를 위한 태교'에도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임신기간이었음에도 제대로 못먹으니 살이 찌지 않았고, 아이의 건강을 위해 억지로 음식을 먹으라는 의사의 권고는 계속 도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살을 0.5kg 찌게 하는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울면서 먹은 음식들. 그날부터 출산일까지 나의 유일한 소망은 아이가 '밝고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는 것 뿐이었다.


출산 후 손가락, 발가락이 다 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지게 된 큰 안도감. 그리고 기쁨의 눈물과 함께 마음껏 즐기게 된 우리 집 보물 딸과의 조우.


"엄마, 알았어요!"

사춘기가 왔음을 알리 듯, 귀찮고 피곤할 때면 냉정한 말투로 종종 짧은 대답을 툭툭 내뱉는 딸아이를 볼 때마다 은근히 상처를 받는 요즘이다. 같은 말이라도 유달리 예쁘게 잘 표장해 말하는 엄마에게는 예민하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이 일로 굳이 아이와의 마찰을 만들지는 않지만 순식간에 마음이 가라앉으며 마음에 허탈함이 몰려온다. 우중충한 날씨 때문일수도. 이때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서재 속 육아일기. 임신기간부터 한 살이 될 때까지 '소중한 만남'을 기다리는 젊었던 나의 예쁜 감성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길."


나의 유일한 소망과 함께 아이와 처음 만난 날, 길게 써 내려간 아이에게 주는 첫 편지를 읽었을 때 그날의 벅찬 마음이 떠올라 울컥해졌다. 맞아, 그래서 태명 또한 '치즈'로 정했었지. 영양분도 많은 유제품이자 사진 찍을 때마다 '치즈~'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하게 되는 말. 태명 덕분인지 웃는 모습이 예쁜 우리 딸은 여전히 잘 웃고 운동도 좋아하는 아이다.


엄마의 소망대로 너무 잘 크고 있었네. 처음의 마음 가짐에서 벗어나 시간이 지날 수록 나도 모르게 아이에 대한 내 기대치를 높이고 있었던 게 아니었는지. 아이에 대한 마음 상함 또한 알고보면 내 스스로의 기분 탓에 의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게도 된다.


사춘기에 돌입하면 자기 방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는다는데 여전히 엄마 옆에 앉아 학교의 일과와 친구에 대해 재잘거리며 엄마와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아이. 남동생이 아빠와 운동하러 나가는 주말, 엄마와 단 둘이 나가 분식 데이트 하길 즐기는 아이. 학교 봉사활동 가는 날이면 달려와 꼭 껴안으며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아이. 사춘기 시기에 좋은 모녀 관계라니 따지고 보면 이보다 어찌 더 큰 복을 바랄까. 출산하던 날, 그때의 나라면 지금의 나에게 한 소리 했을 듯 싶다.


육아일기를 접자마자 드는 생각. 오늘 저녁은 우리 이쁜 딸이 가장 좋아하는 LA갈비로 해줘야지. "와~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딸아이의 환한 미소가 벌써부터 떠오르며 냉장고를 여는 내 손도 즐겁게 분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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