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워킹맘의 시간 이용
내 핸드폰의 주 기능은 알람이다. '연락받기'가 주기능이 되어야 하는 게 사실이건만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 회사일에 집중을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 시간 전화 통화나 문자는 오히려 내 일에 몰입하는 걸 방해할 때가 더 많다. 처음에는 종종 오는 광고 전화나 문자 도착 알람 소리에 일의 흐름이 끊기는 것이 싫어 '진동모드'로 바꾸어놓다가 그 마저도 '무음 모드'로 해놓은 지 오래다. 대신 회사 회의 시간이나 아이들 관련 픽업 시간 등 여러 알람들이 설정되어있으니 '알람 시계'에 더 어울린다 할 수 있겠다.
컴퓨터 옆에 뒤집어 놓고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마다 전화를 확인하니 종종 부재중 전화가 오고 도착한 문자에도 늦게 답하게 된다. 이러니 '전화 왜 잘 안 받냐'는 남편의 불만이 없을 수 없을 터. 이 부분에서만큼은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 문제 또한 코로나 이후 남편또한 거의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연스레 해결됐다. 그러함에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연락은 바로 '아이들 학교에서 오는 전화'다. 아주 종종 아이가 아프거나, 체육시간 넘어져 사고가 있었거나 등등의 일로 학교 간호사에게 전화가 오는 일이 있는데 그럼 아이들 조기 조퇴를 위해 바로 픽업해와야 하기 때문.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놓치면 안 되는 전화. 그 불안감에 일부러라도 종종 전화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 조금은 성가스러울 무렵 우연히 블루투스 이어폰을 선물 받았다.
처음에는 '굳이 필요할까' 싶었다. 집에서 일하니 음악이 듣고 싶으면 보통 알렉사로 듣는다. 일부러 이어폰으로 음악 들을 일이 없다. 그러나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핸드폰이 무음이어도 이어폰을 통해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곤 쾌재를 불렀다. 내겐 가장 필요한 기능. 정기적으로 뒤집어 놓은 핸드폰을 들여다 볼일도 없고 전화가 올 때마다 그것이 학교에서 온 전화인지 아닌지 확인하면 된다. 사실 전화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니 하루 종일 일하는 시간 동안 전화를 볼 일이 없을 때도 많다. 불안감에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 불편함이 말끔히 사라졌으니 일에 대한 집중도도 훨씬 높아졌다.
블루투스 이어폰이 준 또 다른 큰 즐거움은 자유롭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이 크게 필요 없는 단순 반복일을 해야 할 때는 핸드폰 '밀리의 서재'에 담아두웠던 책을 열고 오디오 북을 듣는다. 물론 '깊이 있는 독서'는 하기 힘들지만 소설이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책은 일주일에도 두 권은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지루한 작업이 즐거워지기까지 한다. 일 뿐만 아니라 틈틈이 설거지나 빨래 및 집안일을 할 때도 핸드폰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자유로이 움직이며 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으니 일상에 있어 가장 감사한 힛 아이템이다. 작년부터는 아이가 쓰던 애플 워치를 이용하면서부터는 더욱 편해졌다. 전화가 오면 애플 워치 화면으로 번호를 확인하고 버튼 하나 클릭으로 바로 광고 전화를 차단한다. 진동 알람으로 바로바로 움직이고 아침에도 남편에게 큰 방해를 주지않고 빠르게 기상을 할 수 있으니 나름 트렌디한 아이템들을 잘 이용하고 있다 자부하는 중이다.
물론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블루투스보다는 줄 이어폰(여전히 가지고 다니는)을 훨씬 좋아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소유자이지만 '현실과의 조율'에 있어서 적절히 '디지털 감성'을 이용할 수 있는 것 또한 바쁜 나의 하루를 현명하게 보내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블루투스 이어폰로 빠르게 두 번의 광고 전화를 필터링을 한 후 단 한통의 전화도 받지 않고 올곧이 일에 집중한 오늘. 덕분에 해야 할 회사일이 빨리 마무리됐다. 평소보다 40분은 더 많아진 내 시간 (유후!). 온 종일 한쪽 귀에 꽂혀있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시원하게 뺀다. 책 장 한켠의 다이어리를 열어 좋아하는 펜의 사각거림을 들으며 짧은 일기를 적어 내려 간다.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콧노래. 내친김에 문구류 모음 박스에서 사랑하는 투명 스티커들을 몽땅 꺼내 공책 여기저기를 장식해본다. 이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만끽할 수 있다면야 그까짓 최신 디지털 도구들은 나오는 족족 내 열심히 이용해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