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맘의 아이 한국어 실력 늘리기 전략
"엄마, 끝말잇기 시간입니다~"
자기 전 아이와 어김없이 갖는 둘만의 게임 시간이다.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아예 누나와도 대부분 영어로만 얘기하는 둘째의 모습을 보며 한국어 실력이 걱정스러워질 무렵, 재미있게 한글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만든 매일의 게임 시간이다. 아이가 문제에 막힐 때마다 여러 힌트를 주면서 끝말잇기를 이어가게 하다 보면 반복되는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얼토당토않은 단어로 웃음보를 터뜨릴 적이 많으니 개인적으로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힐링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그 소소한 재미에 맛들려 매일 밤이 은근히 기다리기도.
삼 세 판 중 마지막 판이다. 각자 한 판씩 이겼기에 은근 긴장감이 돈다. 여전히 똥, 방귀 소리만 해도 웃어젖히는 8살 아이만의 성향을 알기에 그 웃음을 유도하는 선방을 날려본다.
"콧. 구. 멍!"
"하하하 콧구멍... 낄낄낄" 역시나 아이의 웃음보가 터졌다. 한 참 후 자신의 단어를 위해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아이.
'멍'으로 시작하는 단어 찾기가 힘들지. 이미 난 거만한 얼굴로 자축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때, 없지? 엄마가 이겼다!"
"노노노, 있지요~"
어랏. '멍게'라는 단어는 아직 모를 테고, 지금 실력으로는 절대 알 수가 없을 텐데.
아이의 입에서 당당히 나온 단어는?
"멍~키! 이겼다!"
우쭐해하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이번에는 내 웃음보가 터졌다.
"Monkey? 그건 영어인데?"
"오 마이 갓. 아아아... 어제 했던 거 있었는데. 뭐였지? 아, 생각났다! 멍. 게. 구. 름! 오예, 내가 이겼다~~"
참으로 기발한 응용력이다. 말하자 마자 자기가 이겼다 확신하며 방정맞은 춤사위를 선보이는 아이. 역시나 오늘도 웃으며 마무리하는 끝말잇기 시간이다. 그러면서도 역시나 고슴도치 엄마의 마음인지라 어제 알려준 '뭉게구름'을 비슷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는 아이가 대견스럽다.
아이의 한글 능력이 일취월장한다면 이런 일상의 소중한 즐거움도 사라질텐데. 이 시간이 즐겁게 마무리될 때마다 생기는 고민. 아이의 한글 실력 향상이냐, 소소한 일상의 재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