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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치즈 Dec 12. 2022

안부 인사 필요할까요

인간관계 트렌드

새로운 해를 코앞에 둔 12월, 시간이 날 때마다 미래 트렌드 관련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최근 읽고 있는 것은 소비자 트렌드 분석 센터에서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23>. 완독 전이지만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러 흐름들을 보노라면 이미 몸소 느끼는 것도 있고, 반대로 아직 내게는 낯선 젊은 세대들의 신선한 문화도 있어 공감하면서도 배우는 재미가 있다. 이 중 '인덱스 관계' 또한 매우 흥미로운 트렌드였다. 


즉, 상대방과의 친밀함을 가늠하는 기준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특히나 코로나 팬더믹 이후 줌 등 비대면의 만남이 더욱 잦아지면서 최근에는 실제로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만남이 그만큼 더 중요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내 삶을 기준으로 봐도 현재 '나를 위한 시간'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커뮤니티들 또한 대부분 비대면이다. 그와 동시에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SNS 창구 및 오픈 채팅방에서 소통을 하고 있으니 멤버들과의 그 관계 또한 절대 '소홀하다'할 수 없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3년 전 온라인으로 처음 시작한 미국 동부 북클럽 '꿈꾸는 메트로' 멤버들과 연말 맞이 기념 실제 오프라인 모임까지 가졌으니 온라인 관계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누구보다도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이렇듯 온오프라인 관계 속에서 각자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관계들이 더욱 다양화되고 다층화 되었다. 나 또한 이러할진대 MZ세대들에게는 오죽하랴. 'OO여야만 한다'라는 일분법적인 정의를 떠나 다양한 시선에서 서로의 관계를 바라보고 정의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다는 의견이다 (물론 그로 인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간관계에 더 큰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관계 맺기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소수의 친구들과 진한 우정을 쌓아가는 것이 예전의 ‘관계 맺기’라면, 요즘의 관계 맺기는 목적 기반으로 형성된 수많은 인간관계에 각종 색인 인덱스를 뗐다 붙였다 하며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관계 관리’에 가깝다.


챕터를 읽고 난 후 잠시 내 삶과 인간관계를 돌아봤다. '중, 고등학교 친한 친구들 중에는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이도 많다'라고 하지만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나에게는 '몇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사이'가 대부분이다. 서로 간의 시차, 직장 시간, 친구의 신생아의 자는 시간까지 고려하다 보면 때를 놓쳐 문자 및 통화 또한 자주 하지도 못한다.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MZ 세대들에게는 '안 친한 사이'다. 정보 획득의 목적을 가지고 들어간 오픈 카톡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훨씬 못한 관계, 즉 생사만 확인하는 사이인 것이다.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 가슴에 씁쓸함이 남는다. 물론 지금의 이 시대를 맞아,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나 조차도 SNS로 관계 맺기를 하면서 한층 다양한 층위를 사람들을 만나고,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말을 친숙하게 듣고 자란 세대인지라 그런지, 비록 일 년에 한두 번 만날 지라도 어제 만난 사람인양 마음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 또한 나에게는 여전히 친밀한 관계다. 그리울 때마다, 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마다 속속들이 꺼내보게 되는 소중한 기억들, 그리고 그 속에 함께 있는 그 친구들은 그 어느 존재와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이리라. 


아무리 그렇다 한 들 '친구들 또한 내 마음과 같을 것이다'라고 확신하는 것 또한 나의 오만일 수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마음만은 여전히 젊은 친구들이기에 '인덱스 관계'라는 시대적 흐름을 누구보다 잘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여나 나와 같은 않은 마음에 '나의 무소식'을 행여 '서로의 관계에 대한 소홀함'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찰나, 바로 카톡창을 열었다.


"잘 지내고 있어?"

"오! 홍쭈~잘 살고 있지? 안 그래도 연락하고 싶었는데.."


서로의 애칭과 안부 인사로 줄줄이 이어지는 문자. 결국 문자 속도에 답답함을 느끼고 전화를 걸어 2시간 이상 수다를 떤다. 다행히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대로였으나 그간 오랫동안 안부인사를 나누지 못해 서로 간 업데이트를 전하느라 바쁘다. 하하 호호하며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시간, 역시나 친구와의 수다는 최고의 힐링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미리 알고 그 흐름을 잘 파악하여 그 물살에 잘 올라타기. 해마다 사회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기에 기존 트렌드만을 고수하는 건 위험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것을 무조건 퇴물인 양 '사라질 것'으로 치부해서도 안될 것이다. 생사만 확인하는 오랜 인간관계는 더 이상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이라면 그들의 내 마음을 오해하지 않도록 지금의 트렌드에 맞춰 적절하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지혜를 얻으면 되는 것이다. 


미래의 트렌드를 적절히 내 삶에 적용해 갈 수 있는 혜안을 기르기. 트렌드 책을 읽을 때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이 참에 그간 소홀했던 지인들에게 짧은 안부 인사라도 전해야겠다 싶어 노트에 그 이름들을 적어본다.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마음에서 솟아나는 감사함과 고마움. 연말에 가장 어울리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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