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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하나 Feb 19. 2020

엉망이야 엉망

#유기농 식재료로 차려진 밥상

  엄마가 차려준 푸근한 밥상

  균형 잡힌 식단으로 차린 밥상

  보기만 해도 푸짐해 군침도는 밥상  


같은 건 없다.


전업을 한 지 5년 차가 되었고 결혼을 한 지 이제 4년 차가 되어가지만 여전히 나는 끼니를 챙겨 먹는 일만큼은 서투르다. 아니 서투르다는 표현은 너무 점잖아 어울리지 않는다. 엉망이다, 아주 엉망!


원래부터 식습관이 이렇지는 않았다. 태어나 외국에서 생활한 2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가족과 함께 지냈다. 그러다 보니 눈뜨고 고양이 세수만 하면 정갈한 밥상이 거실에 떡하니 차려져 있었고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가끔은 늦게 일어나 입이 텁텁할 때면 끼니를 거르려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는 끈질기게 나를 끌어내 어떻게든 한 술 뜨게 만들었다. 그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싶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아빠까지 동원되었다. 호통에 이은 이불 들추기 그리고 등짝 스매싱이면 벗어날 제간이 없었다. 결국 그렇게 나는 밥상머리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밥숟갈을 뜰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그게 복인 줄 몰랐다.


취업을 한 뒤로는 늦은 출근시간 때문에 점심은 집에서 저녁은 회사에서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항상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사무실 한 켠 혹은 식당에 메뉴가 차려져 있었다. 내가 할 일이라고는 식판을 들고 먹고 싶은 걸 적당히 퍼 담는 것이었다. 애기 입맛이지만 어쩐지 회사에서 밥을 먹을 때면 가리는 것 없이 모조리 담아 입에 넣고 봤다. 한 번은 이름을 달아놓고 먹던 식당과 계약이 끝나자 영수증을 갈음해주거나 식비를 대신 정산해주기도 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먹을거리 걱정은 없었다.


그러니 전직을 하고 혼자 일하게 되면서 끼니를 걱정하게 될 줄은 전혀 꿈에도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게다가 결혼을 했으니 점심 한 끼 정도만 혼자 먹으면 저녁은 남편과 함께 상을 차려 해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뒤 그건 나만의 공상이자 환상이자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게 밝혀졌다. 신랑이 몸을 담은 업계 특성상 직장에서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세 끼 모두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다반였다. (실은 거의 매일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꼼짝없이 혼밥을 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그간 ‘언젠간 혼자 일하게 된다’ 시리즈를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프리랜서로서의 일상과 소회를 담은 이 연재분은 출판사와 계약을 통해 정식으로 5월7일 정식 출간됩니다. 아울러 연재 당시에는 담지 못했던 인터뷰도 함께 담았습니다. 혼자 일하게 될 날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또 이미 혼자 일하게 계신 분들께 공감을 글이 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현재 북토크를 계획 중에 있으며 좋은 기회로 브런치 독자분들을 직접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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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브런치책방에도 등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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