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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Mar 01. 2022

기억하는 일

모든 기억하는 일이 사랑하는 일은 아니지만, 모든 사랑하는 일은 기억하는 일에 닿아 있다. 관심 있게 지켜보는 무언가를 기억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하물며 사랑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무언가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이유란 무엇일까. 영화 코코에서 매 순간 울려 퍼지던 'remember me'라는 노래를 떠올려본다. 비록 내가 떠나갈 지라도 나를 기억해 달라는 그 말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떠나더라도 너를 기억할 것이다. 너를 사랑한다. 너도 그랬으면. 너도 나를 기억해 줬으면. 너도 나처럼 나를 사랑해 줬으면. 기억할게, 라는 말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지나간 일을 생각할 때는 좋았던 장면만 떠오른다. 괴롭고 힘들어서 안녕을 고했던 사람이라도 조금 지나 보면 그럴 필요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좋은 기억만 남는다. 안 좋았던 일들을 떠올려 보고자 노력해도 사실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 사람의 그런 모습들은 내가 사랑하지 않아서였을까. 사랑하지 않았던 일들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데 유난히 안 좋았던 일들 하나하나 모두 기억나는 사람도 있다. 우리 마지막 날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는지 몇 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오른다.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그때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럴 때면 나는 그 사람의 마지막 그 싫었던 모습까지도 사랑했었구나 느낀다. 헤어지면 안 되었을 시기였는데 그렇게 되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자꾸 기억이 나던 사람을 몇 년 만에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나는 그를 더 기억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기억날 일이지만 사진도 더 많이 찍게 되었다. 함께 먹던 음식, 함께 갔던 장소, 그 속에 있던 그의 모습까지도. 자주 사진을 찍고 자주 사진첩을 열어봤다. 가끔은 아줌마처럼 동영상도 찍었다. 그럴 때마다 하나하나 모두 기억났으면, 이런 일들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서로 처음 가는 장소에서는 이제 네가 이곳에 다시 올 때 내가 기억날 거라 얘기했다. 그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묻고는 했다. 다만 나처럼 그 역시 지금 사랑하고 있기를, 그래서 항상 이 순간이 기억으면 한다고 답하지는 못했다. 그저 그런 게 있다며 말없이 웃기만 했다. 기억하는 일은 각자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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