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으리한 호텔 정문을 지나 동대입구역 지하철 입구로 들어섰다. 약간 높은 지대에 있어서 한참은 내려가야 개찰구가 나오는 곳이었다. 번화가도 아닌 곳의 일요일 4시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있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지하철 입구를 지나서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가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형태 없는 소리를 괴상하게 내뱉으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발 끝을 모아서 팔자걸음을 불편하게 걸었다.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나이는 나보다 꽤 어려 보였다. 그 근처를 지나던 다른 행인은 혹시라도 뭔 일이 생길까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보였다.
나까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는 멋쩍기도 하여 어느 정도 거리만 유지한 채 계속 그 사람의 뒤를 따라 개찰구 쪽으로 내려갔다. 한 층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같은 방향의 두 갈래 길에서 이쪽을 선택한 것은 그 사람과 나뿐이었다. 괜히 나에게 뭐라고 할까 두려운 마음도 있어 앞질러 가거나 옆에서 걷지는 않았다. 그 사람은 고래고래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외쳐대며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대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그 사람은 전화를 걸더니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 나 지하철 타려고 3호선 동대입구역까지 걸어왔어." 괴성만 지르던 아까는 언제 그랬나 싶게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의 형태였다. 어디서부터 걸어왔을까 궁금했다. 환승을 하거나 하면 될 텐데 미련하게 멀리서 걸어온 느낌이었다. "그래 조심히 지하철 타고..." 그 사람의 엄마는 한동안 말을 이어나갔다. 스피커 너머의 목소리가 따뜻했다. 그 따뜻함 속에 걱정, 따뜻함 속에 기다림, 따뜻함 속에 사랑이 느껴졌다. 자신을 생각해 주는 따뜻한 누군가가 있는 그 사람이 부러워졌다. 10월의 마지막은 쌀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