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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Mar 19. 2019

공통의 언어

누군가와 통할 수 있는 무언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에스토니아 탈린에 도착했다. 땅에 그려진 국경선을 걸어서 넘는 경험은 신기했다. 그저 선 일 뿐인데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 국경수비대가 뭐라 했다. 한 번 심사를 받고 넘어갔다면 다시 넘어가지 못한다고 하는 것 같았다. 사실 러시아 말이나 에스토니아 말을 못 하니 적당히 알아들었다. 물론 수비대가 한 눈 팔 때는 두 발짝씩 넘어가도 무슨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 나는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사이를 여러 번 넘나 들었다.


탈린은 걸어 다니며 천천히 분위기를 느껴보기 좋은 곳이다.


탈린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었다. 3월이지만 쌀쌀한 날씨에 대합실에서 그저 웅크린 채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날이 밝아 버스를 타려고 나갔다. 버스에 올라 기사 아저씨와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기사 아저씨는 내가 영어를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하니 답답해했다. 물론 나 역시 그랬다. 버스 기사도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현실에 다시금 영어 공부를 하리라 다짐했었다. 그렇게라도 공부하고자 다짐했으니 다행이나, 불행히도 그 다짐은 수년 뒤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생각이 났다.


호스텔 앞.


동네 한 바퀴를 돌고 호스텔에 들어갔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스태프가 있었다. 주어 동사 생각하며 대화하기도 귀찮아 호스텔 로비에서 이어폰을 끼고 mp3로 노래를 들었다. 어쩌다 그랬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스태프가 거실 스피커 잭을 넘기며 한 번 들어보자고 했다. 우리나라 랩을 들려주고 간단히 소개도 해줬다. 스태프가 흑인이라서 랩을 들려주고 싶었다. 한국 사람들도 랩을 하는데 한 번 들어봐라. 스태프는 자기가 듣는 대로 느낌을 알려줬다. 이 부분은 아시안들이 하는 영어를 한다든지 이 부분은 플로우가 좋다든지. 자기가 듣기 썩 괜찮았던 노래는 구글에서 찾아본다며 아티스트 이름 등을 적어달라고도 했다. 영어를 하면서도 주어 동사를 생각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러다 스태프는 내게 캔맥주를 하나 건넸다. 짠! 하고 마신 그 맥주가 어느 때보다 개운했다.



글, 사진 모두 / youmust@rememberhisna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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