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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Dec 27. 2018

달팽이 마켓

다른 사람과 여행하는 법

한적하고 하얀 숙소에 들어갔다. 외진 곳이라 그리 붐비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보다 큰 집은 썰렁하고 대리석 바닥에는 냉기가 돌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깨끗하고 좋아 마음이 놓였다. 베갯잇을 끼우고 있는데 다른 숙박객이 주인과 함께 들어왔다. 상당히 연세가 있어 보이는 아저씨였다. 외국 사람들은 나이 들어도 이런 호스텔 도미토리에 오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 들어 혼자 다니질 않으니 자연히 이런 1인용 숙소에 오지 않는다. 그리고 수염을 약간 기른 외양이 우리나라 사람은 아닌 듯 보였다.


그런데 아저씨를 안내하던 숙소 주인이 나를 보더니 이 분도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아 그런가요. 안녕하세요. 비슷하게 도착했네요. 첫인사를 나누었다.


자료 사진이 아닌 그때 그 숙소 사진


그러려던 것은 아닌데 일단 함께 나왔다. 얘기를 나누는데 아저씨는 내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여행이라고는 가본 적이 없으셨는데, 은퇴 후에 처음 가셨던 단체 여행에서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보시고 좋아 보여 이후 혼자 떠나기 시작했다 하셨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건강도 조금씩 안 좋아져 가끔 여행지에서 무슨 일이 날까 두려운 마음도 있다 하셨다. 그런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사람 치고는 나보다도 더 많고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셨다. 가봤던 곳 중에서는 이란이 그렇게 좋았다고 하셨다.


다니다 보니 식사시간이 되었다. 말씀을 들어보니 아저씨는 주로 슈퍼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적당히 볶아서 빵에 싸 먹는다고 하셨다. 샌드위치 비슷한 형태인데 딱히 무슨 음식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아저씨는 나에게 어떻게 먹냐고 물으셨다. 저는 먹는 일 또한 여행의 재미라서 주로 사 먹는다고 답했다.


내 입맛에는 썩 맞지는 않았다.


우리가 있던 코르도바 cordoba는 달팽이가 특산품처럼 유명했다. 저는 이런 음식이 있으면 한 번 사 먹는다 말하며 함께 드시자 권했다. 약간 생소한 음식이었는데 먹기 거북하지는 않았다. 외국 사람들처럼 낮에 맥주도 한 잔씩 했다. 얼핏 보면 우리가 먹는 골뱅이랑 비슷한데 서양 사람들은 이렇게 달팽이를 먹나 봐요. 골뱅이는 세계에서 한국 사람들만 주로 먹는대요. 프랑스에서는 고급 음식처럼 비싸게 팔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포장마차 음식처럼 팔고 있네요. 


그 뒤로 3일 동안 아저씨와 이리저리 같이 다녔다. 낮에는 음식을 사 먹고 밤에는 샌드위치 비슷한 것을 만들어 먹었다. 음식을 연달아 사 먹는 일도 아저씨에게는 처음이었지만 샌드위치 비슷한 것을 만들어서 밤마다 먹는 것도 나에게는 처음이었다.


마지막 날 우리는 서로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인사를 나눴다. 아저씨는 멀리 가는 나에게 가다가 좀 먹으라고 먹거리도 챙겨줬다. 그렇게 흩어진 뒤 지금은 안부를 알 수 없다.


글, 사진 / youmust@rememberhisna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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