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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May 02. 2019

1.

중학생 때까지는 1년에 하루 이틀은 감기몸살로 앓아누웠다. 내가 하는 일은 그저 하루 종일 누워있는 거였는데 가끔은 아프면서도 편안한 그런 느낌이 좋았다.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맛. 내 방에 있는 작은 창문에 커튼을 짙게 치고 어두움 속으로 들어갈 때면 시간이 얼마나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2.

고등학생 때는 라디오를 많이 들었다. 어느 날은 사연을 하나 보냈는데 내가 쓴 것이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연이 뽑혀 작은 공연 표를 준다고 했다. 어떻게 하다 공연 표가 생겼다고 하니 다른 사람도 흔쾌히 간다고 했다. 하루하루 공연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공연 이틀 전쯤인가 다른 사람은 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수롭지 않 전달 방식에 마음 대수롭게 일렁였다. 그 뒤로 며칠 앓아누웠다.


3.

요새는 많이 아프지도 않고 앓아눕는 일도 별로 없다. 무덤덤한 일상을 살다 보면 덤덤하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좀 더 성숙했을까 아니면 좀 더 늙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좀 더 면역력이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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