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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by 새벽

1.

대학교에 다닐 때는 캔커피를 많이 마셨다. 밍밍한 아침에 활력을 일으키는 기운이 나는 맛이었다. 겨울에 많이 마셨는데 자판기에서 따뜻한 음료 섹션을 잘 찾아 버튼을 눌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얼음처럼 차가운 캔커피가 나와서 나를 더 춥게 만들었다.


2.

내가 다닌 대학교는 산 아래에 있어서 조금 더 추웠다. 수업에 늦었다며 바쁜 걸음을 재촉하다 기어이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들면 손 안 가득히 따뜻함을 느꼈다. 때로는 손이 델 정도로 뜨겁기도 했다. 괜히 그것 하나로 마음이 충만했다.


3.

커피는 어른들의 음료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는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 두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 재수할 때 좋아하던 그 애가 캔커피를 하나 건네주기 전에는. 이게 뭐 별거라고. 처음 마신 캔커피는 달콤했다.


4.

그런데 그렇게 따뜻했던 캔커피는 속에 든 커피를 마시는 순간 어떤 것보다도 차갑게 식는다. 따뜻하게 무겁던 그것은 차갑게 식은 가벼운 무언가가 되어 텅 빈 손을 비우고 시리게 만든다.


5.

이제는 캔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다만 캔커피를 마셨던 시절이 기억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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