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 Apr 09. 2019

캔커피

1.

대학교에 다닐 때는 캔커피를 많이 마셨다. 밍밍한 아침에 활력을 일으키는 기운이 나는 맛이었다. 겨울에 많이 마셨는데 자판기에서 따뜻한 음료 섹션을 잘 찾아 버튼을 눌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얼음처럼 차가운 캔커피가 나와서 나를 더 춥게 만들었다.


2.

내가 다닌 대학교는 산 아래에 있어서 조금 더 추웠다. 수업에 늦었다며 바쁜 걸음을 재촉하다 기어이 자판기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들면 손 안 가득히 따뜻함을 느꼈다. 때로는 손이 델 정도로 뜨겁기도 했다. 괜히 그것 하나 마음이 충만했다.


3.

커피는 어른들의 음료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는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 두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 재수할 때 좋아하던 그 애가 캔커피를 하나 건네주기 전에는. 이게 뭐 별거라고. 처음 마신 캔커피는 달콤했다.


4.

그런데 그렇게 따뜻했던 캔커피는 속에 든 커피를 마시는 순간 어떤 것보다도 차갑게 식는다. 따뜻하게 무겁던 그것은 차갑게 식은 가벼운 무언가가 되어 텅 빈 손을 비우고 시리게 만든다.


5.

이제는 캔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다만 캔커피를 마셨던 시절이 기억날 뿐.

매거진의 이전글 피아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