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년 전부터 쓰고 있던 치실이 하나 있다.
나름 전문가용인지 올리브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끔 겉 포장이 분리되면 속에 있는 치실 타래를 볼 수 있었는데
몇 년을 써도 그대로일 만큼 두꺼운 모양이었다.
길이가 200미터라고 쓰여 있으니 통상 우리가 사서 쓰는 치실보다 4배 정도 더 많은 양이다.
2.
별생각 없이 치실을 뽑았는데 짧은 분량만 툭 나오고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철렁하고 마음이 내려앉았다.
영원히 쓸 수 없을지는 알았는데 그 언젠가가 지금일까.
겉포장을 뜯어보니 그 두껍던 실타래는 온데간데없고 앙상한 플라스틱 기둥만 남았다
이제야 다 썼구나.
안녕.
3.
치실은 다 썼어도 꼼꼼하게 고쳐준 이는 당분간 계속 쓰겠지만.
치료할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두면 안 된다고 거의 끌려가듯 고쳤던 이였다.
나만 생각해줬던 그 정답던 마음이 못내 나를 쓸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