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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Jun 11. 2019

서비스센터

1. 

우울한 날들이 있었다. 


2.

자동차 시동을 걸었더니 엔진 경고등이 들어왔다. 잠깐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이틀 동안 그 샛노란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지나갔다. 불행은 겹친다더니 자동차마저 내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싶었다. 과연 얼마나 돈이 들까 고민하면서 서비스센터 예약을 했다. 이러저러해서 이러하니 한 번 가겠습니다. 연휴라고 쉬면서도 마음은 쉬지 못했다.


3. 

연료와 관련된 부품을 교체했다고 한다. 청구서를 보니까 휴일을 몇 번은 잘 보낼 정도의 금액이 적혀있었다. 이미 고쳤으니 물릴 수도 없는. 차를 확인하다가 손에 쥔 청구서를 보며 "그나저나 이건 어디서 납부하면 되나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비용을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네?"


4.

알고 보니 약 200킬로미터 정도 보증 거리가 남아 있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말이다. 서비스센터 직원도 다행히 보증이 남아있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최근 지나갔던 일들이 떠올랐다. 만약 그때 어쩌다 그곳에 갔다면, 누군가 늦지 않았다면, 아마 연휴랍시고 근처라도 왔다 갔다 했더라면, 남아있지 않았을 그 정도의 거리.


5.

인생사 새옹지마요 화가 복이 되기도 하는 법이라.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지 않게 느끼고 나니 근래 없던 시원한 바람이 한 줌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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