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 생활을 할 때 아침이면 어서들 일어나라고 각 내무실 스피커마다 팝송이 나왔다. 매일매일 같은 곡들이 반복되었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저 노래들을 틀어댔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몇 년 전일까, 아니면 한 10년도 넘었을까. 그런데 그중 제목을 모르던 한 곡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생각났다. 약간 컨츄리풍의 올드한 멜로디에 쿵짝쿵짝 거리는 리듬감의 노래였는데 정확히 알지 못하니 도저히 찾을 길이 없다. 가사 한 마디라도 기억하면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을 텐데, 영어 가사라 당시에도 몰랐던 걸 지금 와서 알 도리가 없다. 그 이후 라디오를 듣다 보면 언젠가 한 번은 그 노래가 들릴까 귀 기울여 봤지만 영영 들리지 않았다.
2.
라디오를 막 틀었을 때 나오는 노래도 제목을 알지 못할 때가 있다. 노래를 틀기 전에 진행자가 곡 제목을 소개한 경우, 노래가 끝나면 광고가 나오거나 다른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가령 마지막 곡은 57분 교통정보 따위로 페이드 아웃되며 연결된다든지. 물론 요새는 스마트폰 앱을 얼른 실행해서 노래를 인식하기도 하니 조금 사정이 나아졌다. 다만 매번 그리 민첩하게 반응하기도 어렵다. 라디오를 들을 때는 대개 운전을 할 때이니 더 그렇다.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은 가끔 옆자리 목소리에 섞여 앱에서 인식이 되지 않을 때도 많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들었는데 제목을 모를 때 가끔 못내 아쉽다.
3.
그녀는 서류 뭉치 같은 악보 묶음을 들고 다녔다. 오늘은 공연 때 무슨 노래를 부르지 하며 책상 위에 악보를 쭉 펼쳐놓고 노래를 고르고는 했다. 악보는 손으로 그린 거였는데 학생 때부터 그린 거라며 잘하지 않았느냐 물었다. 뭘 부를지 미리 정하지는 않냐는 내 물음에, 그녀는 악보 더미를 유심히 보면서 그냥 이렇게 고르는 거라 답했다. 그녀는 컨디션이 좋을 때는 관객들에게 자기소개도 하고 노래 가사도 소개해 줬지만 매번 그리 하진 않았다. 더 이상 그녀의 공연에 가지 않게 되었을 때야 몇 번씩 들었던 제목 모를 노래들이 귓가를 맴돌았다. 궁금하다고 연락해 물을 수 없으니 영영 모르는 노래가 되었다. 또 스캣 scat은 매번 달랐지만 반음을 차례로 떨어뜨려가며 부르는 진행은 비슷했는데 그건 그저 그녀이기에 찾을 수가 없다. 그녀 역시 좋은 노래였지만 듣다 말았기에 제목을 모르는 곡처럼 그렇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