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어려워져서 "요새는 인생을 처음 사는 것처럼 무엇에도 확신이 없어" 라고 말하자, 친구는 "그동안 확신은 가질 수 없는 곳에 확신을 가져왔던건 아닐까"라는 답을 했다. 누가 이랬을까. 희진이니 인영인지 예슬인지 여튼. 뭐.
1년 5개월. 534일이면 사람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인걸까.
비트코인 광풍 시대에 내 마음을 들뜨게 하는건 ,사실 비트코인의 수익률이 아니라 비트코인 신화처럼 한번에 터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다. = 인생 쉽게 살고 싶다는 욕망의 다른 이름.
가끔 친구랑 '특별해 지고 싶어서 미친 욕망'에 대해 말하곤 한다. 주로 사람들의 인생을 힘들게 하는건 바로 이 특별해지고 싶어 미친 욕망같다고. 이 욕망은 주로 한번에 터지는 천재, 영재, 전설이 되고 싶은 욕망으로 드러난다. 뭐 25살에 예일대 석박 통합에 풀펀딩으로 합격했다거나, 3일간 밤새서 쓴 습작이 등단작이 됐고 베스트셀러가 돼 작가가 됐다는 그런 클리셰같으면서도 은근히 주변에서 들은것같은 그런 이야기. 이는 다시 25살에 예일대 교수가 못되면 적어도 30살에는 국내 박사라도 하고 있다거나, 시험준비를 2년 정도 했으면 대기업 메이저 공채라도 붙어거나, 자신의 꿈을 찾아 스타트업이라도 도전해봐야 한다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아니면 뭐 자연으로 내려가 히피펌을 하고 자연 염색 옷을 입으면서 요가를 해서 이너피스라도 찾거나. 그래야 남과 다르게 '특별'하고 나만의 가치가 드러난다고 익혀온 잼민세대들이니까.
하지만 요즘의 나는 인간은 원래 평범하고, 그나마 원하는 것을 잠시라도 얻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쌓아가는 방법 밖에 없으며, 매일 노력해도 새날이 밝아오면 또 새롭게 고통을 감수하며 노력을 하는 수밖엔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을, 세상은 원래 어려운 것이며 쉬운 것을 하려고 하다가는 가짜에 속거나 혹은 결국 그 값을 치른다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실 이 역시도 힘들게 마음에 새기고 있다.
'그래서' 오늘 드라이버와 발톱깎기를 샀다. 세상 어렵게 살 수 밖에 없다는 것과 드라이버-발톱깍기 구매가 이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 속에 있는 독립의 자유로움은 느끼면서도 가족의 안정감과 따스함 그리고 안전망은 사용하고 싶은, 즉 인생 쉽게 살고 싶은 마음이 그동안 흔하디 흔한 일상용품 구매를 꺼리게 했다. 독립을 했다지만 마음 속에는 정안되면, 힘들면 다시 엄마아빠에게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한 구석에 있었나보다. 보스 스피커나 써큘레이터는 사면서, 2000원도 안하는 발톱깎기와 드라이버는 (정말 필요했지만) 안사고 있었다. 이것들은 집(본가)에 많은 것들이니까.
하지만 특별해지고 싶어 미치면 안된다. 독립을 하면 자유와 외로움 안전망에서 벗어난 느낌을 모두 다 받아들여야 할 수 밖에 없다. 자유도 있는데 안정까지 있는건 쉽게 살고 싶은 욕망이다. 인생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반전이라는거 없으며 결국 내 선풍기는 내가 드라이버로 풀러 먼지를 닦아야 만하고, 내 발톱도 내가 깎을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인생은 원래 어렵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건 28년째 힘들고, 시험은 17년째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보게 되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내게 기쁨과 행복, 서운함, 슬픔을 같은 크기로 가져다 준다. 안정적인 직장은 재미없는 업무를 주고, 연차가 쌓일수록 새로운 도전!느낌이 아니라 틀린것은 없는지 빼먹은 것은 없는지 마감 기한은 얼마나 남았는지, 혹시 이것을 팀부장에게 안물어보지는 않았는지를 신경쓰다보면 "현장의 생생한 감동"따위 기억도 안난다. 게다가 이것과 동시에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근데 내가 주변 사람들은 챙겼는지 아 근데 청소는 했나, 참 나 요새 운동은 했는지 아 근데 빨래는 잘했나? 여름옷은 꺼냈나. 요즘 내 마음을 잘 못돌보지는 않았나 아 나 책읽어야 하는데. 맞아 세상 긍정적이면서 일관성도 있게 살아야지. 아 근데 내 꿈이 있는데,,,, !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생각이 이것보다 정리됐다면 부럽네요. 오늘도 어려운 인생 속에서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