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차.
Local maxima에 머물지 않으려면
다시 쌩 신입으로 돌아갔다. 신문 기자가 어떤 직업이었는지는 나와서야 제대로 알게 됐다. 신문 기자는 상대적으로 혼자 일하는 직업이었다. 기승전,,기사만 완벽하게 내면 됐다. 지금에서 돌아보니 골방에 갇혀서 글을 쓰는 수준이었다. 아직 제대로 업무를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함께 일하는 법을 하나하나 배우고 있다. 지시된 업무를 이행하는 법, 업무 과정을 공유하는 법, 다른 팀과 함께 일하는 법, 조직원들의 불화가 생겼을 때 나의 포지션 등등... 매일 매일 내가 이렇게 무엇을 몰랐던 사람이구나를 깨닫느랴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10번 정도 출근을 하고서, 대표에게 물었다.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를 줄 알고 불렀냐고. 그러니 그는 바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럼 왜 불렀냐는 나의 질문에 개발자 출신인 그는 머신러닝의 학습법을 비유로 들며 이런 설명을 했다.
현재 있는 지점(빨간점)에서 목표지점으로 학습시키려면 어느 방향이든 "떨어질 수 밖에는 없다"고. 하지만 이때 극값을 최상의 상태로 여기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발전이 없다. 그럼 이 사람을 어떻게 아래로 뛰어내리게 할 수 있는가.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지도학습'방법이라고 했다. 슈퍼바이저가 방향을 지시해서 뛰어내리는 것이 사실은 떨어지는 것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이끌어내는 방법이랄까. 그는 겪어보니 교수 학습법이 통하려면 핵심은 슈퍼바이저에 대한 신뢰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고 했다. 뭐 나는 본인에 대한 신뢰가 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있으니 자신을 믿고 따르면 성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믿고 같이 일하자고 한거라는 대충 그런 스토리.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나에게 꽤 생각할 여러 지점을 만들었다. 지금 이 자리가 나에게 있어서 최선이라고 여기는 순간, 발전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내 인생을 던져본다는 아래로 내려가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렇게 떨어졌다 올라가도 결국 또 어느 순간에는 로컬 맥시마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것. 그러니 우리는 항상 다시 떨어지고 그렇게 올라가야만 성장이 가능하는 것.
이 과정에서 누군가를 신뢰하고 따르며, 나에 대한 믿음도 유지하는 것이 함께가야 한다는 것. 어차피 인생에는 복수의 슈퍼바이저가 있고, 그러니 결국 나는 외부와 내부에 항상 유연하게 열려있어야만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믿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지금 떨어지고 있다고 느껴져도 그건 올라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그럼 이제 나의 핵심은 누구를 믿고 따르며 내 인생을 던질 것인가. 결국은 가장 본질적으로는 삶의 에너지. 하느님, 부처, 내 안의 마음자리 , 내마음이 가장 밑에 소리 등등 그밖에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그것에 귀를 귀울기고 살아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