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이조하 Nov 26. 2023

기억의 미화

사귈 때는 너의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널 원망했는데, 이제는 이별할 때 내가 한 말들에 혹여나 네가 상처를 받았을까 걱정된다.


내 생일 전날 시험 끝나면 네게 연락하려 했는데 넌 그 하루를 먼저 날 차단했더라. 타이밍이 참 야속하다 그치.. 연락도 못하게 돼서 아쉽다.


네가 갑자기 나를 차단했다는 건, 네가 그때 많이 힘들었다는 거겠지. 내가 누군가에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네가 힘들다는 게 맘이 좋지는 않아. 그 이유가 나를 향한 사랑이건 미안함이건 말이야.


오늘은 내가 그때 그렇게까지 힘들었던 이유를 너와의 카톡방을 찾아봤어.

거기 우리가 서로 연락을 안 한 토요일이 있더라.

그때 나는 너가 연락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봤지. 넌 그때 수업이 없는 날은 핸드폰을 집에 놔두고 다닌다 했었어. 너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난 그 말을 듣고 정말 기가 찼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말은 그렇게 해도 그 뒤로 오빠는 아침에 항상 먼저 연락했더라.


그때는 못 견딘 서운함들이 지금은 봐줄 만해. 오빠도 이유가 있었구나 생각 들어.

서운함과 원망은 이렇게 점점 사라져 가는데 좋은 기억은 휘발성이 약한 건지, 쉽게 잊히지 않네.


좋은 사람 만나고 있다면. 적당히 만나고 다시 내게 돌아와 줬으면 좋겠어. 너가 따뜻하게 나를 걱정해주던 그때가 너무 그립거든.

너를 사랑했던 겨울이 다가오니까 다시 너가 생각나나봐. 나도 한번의 사랑을 돌고왔는데, 오빠는 나를 기억이나 할까 모르겠다. 다시 한번쯤 얼굴은 보고싶어.




작가의 이전글 겨울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