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면 무엇이라도 될 것 같아
설렘을 주는 신호
계절과 계절 사이엔
공연 무대에 설치된 암막 커튼처럼
막과 막 사이의
장면을 전환해 주는 비가 내린다.
이렇게 비가 내리고 나면
계절과 온도, 풍경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겨울과 봄 사이에 등장하는 비의 경운
극과 극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겨울엔 볼 수 없었던
뚜렷하고 선명하게 빛나는
빨강, 노랑, 분홍,
연두 등의 색깔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보고 싶었다고,
그리웠노라고,
반갑다고 말을 건다.
덩달아 활력과 생기,
긍정과 희망이 충만해지고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봄날의 씨앗이 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래서 유독 봄날엔
감탄사와 느낌표가 많아진다.
비가 온 뒤 바뀐 풍경들을 생각하면
비 오는 날씨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더 좋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 같아서
설렘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다음 비는 또 어떤 장면으로 전환되고,
어떤 내용의 막을 올릴까 궁금해진다.
이번 비 소식엔 분홍빛 벚꽃이 피어났다.
다음 비 소식엔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떠나겠지만
사실 내가 벚나무를 좋아하는 이윤
며칠 피었다가 사라지는
꽃잎 때문이 아니다.
모두들 기다렸던
화사한 꽃잎이 지고 나면
세상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연둣빛으로 옷을 갈아입을
벚나무의 새잎 때문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 잎을 보면
진짜 봄이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