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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un 30. 2023

뭐라도 쓰면 무엇이라도 될 것 같아

널 위해 숨 쉬고 있을게 #2

   출발하기 전, 검색해보니 울진은 서울보다 오른쪽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서울에서 자가용으로는 4시간 남짓 걸릴 듯하다. 할머니는 평소와 다르게 청바지와 롱 패딩을 입고,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채 조수석에 앉아계셨다. 어딘가 익숙한 옷이었다.


  "할머니, 그 옷은 제 옷이잖아요. 왜 할머니가 애들처럼 이런 옷을 입으신 거예요?"

  "어떠니, 내게도 잘 어울리지? 안 어울릴 수가 없지. 지금 내가 니 나이였을 때 몸무게랑 똑같잖니. 얼굴만 안 보면 내가 할머닌지 전혀 모를 게다."

  할머니는 룸미러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만족스러워했다. 보배는 할머니의 모습에 그만 웃고 말았다. 보배에게는 갑작스러운 여행을 언제부터 준비하셨는지 블루투스 마이크까지 샀다며  연결해 달라고 했다.  


  평소 조용하시던 분이 이른 아침부터 노래방 어플을 켜고 노래를 부르셨다. 젊은 사람이라고 하는 보배도 하지 않는 것을 할머니는 알고 계셨고, 게다가 능숙하기까지 했다. 낯설고 생경스럽긴 했지만 무언가에  들떠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녀였다.

  "할머니, 곧 울진이라는데 우리 어디로 가요?"

  "망양정"


  "망양정요? 출발하실 때는 불영사라고 하셨는데요."

 "내가 언제? 불영사도 가긴 갈 건데, 가장 먼저 갈 곳은 망양정이야. "

 "아닌데, 분명 불영사랬는데요."

  보배는 내비게이션 도착지를 불영사에서 다시 망양정으로 입력했다. 어차피 두 곳 모두 초행길이라 보배에게는 어느 곳을 먼저 가든 상관없었다. 다만 이번 여행에서 할머니가 목적지를 여러 번 바꾸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서울에서 울진으로 오는 내내 고속도로와 산만 보이더니 망양정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자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울진으로 오는 내내 가무로 보배의 혼을 빼놓던 할머니는 휴게소도 들르지 않을 만큼 단잠에 빠져 계시더니 마치 바다가 깨우기라도 한 듯 눈을 떴다.  

  "옛날에 울진에 오면 여기 바닷가 주변 도로 옆으로 가로수처럼 오징어를 말렸었어. 지금은 오징어도 안 잡히고, 그런 건어물가게도 찾기 힘들어졌지만....... "

  "할머니, 열여덟 살에 서울로 올라오셨다고 하셨죠?"

"그랬지. 그땐 내가 얼마나 고왔는지 넌 상상도 못 할 거다. "

  상상이 간다. 할머니는 존함 그대로 진주처럼 윤기 나고 반짝반짝 빛났다.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옛날 배우 가운데 정윤희를 닮았다고 하셨다. 기품까지 넘쳐 지금도 외출을 하면 주변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럴 때면 보배는 할머니 옆에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할머니를 자랑하고 다니며 나는 할머니 껌딱지처럼 굴었다.


  할머니는 지금 보배 나이보다 한참 어렸을 때, 고향인 울진을 떠나왔다. 서울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울진을 오갔다고 한다. 울진과 관련된 소식이라면 가장 먼저 알려주어 보배에게도 울진은 여러 번 가본 곳처럼 여겨졌다. 이번 여행이 귀찮기는 했지만

할머니의 목적도 궁금했다. 엄마가 말씀하시기로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라는데, 그 사람은 누구일까?


---------->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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