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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쓰면 무엇이라도 될 것 같아

목욕탕 가는 날

by 봄봄

한때 일요일은 온 가족이 목욕탕에 가는 날이었죠.


어릴 땐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어 가기 싫고

귀찮아서 피하고 싶었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그 시간이 참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덕분에 한 주간 몸과 마음에 쌓였던 피로만큼은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으니까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온탕에서

몸을 담그고 땀을 흘리며 서로의 등을 밀고 나면

이보다 더 개운한 일도 없었죠.


뽀득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매끈해진 피부와

열이 오른 붉은 얼굴을 식히면서

젖은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설렘과 기대도 있었고요.


목욕을 끝내고 나면 보상처럼 먹었던 유산균 음료도

달콤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이런 기분 때문에 어른들은 일요일이 되면

대중목욕탕에 사명감을 갖고 데리고 갔던 건 아닐까요?


이젠 온 가족이 함께 목욕탕 가는 일이 어려워졌는데요.


하지만 그분들이 알려준 지혜처럼

일요일인 오늘은 한 주간 쌓였던 피로는

확실히 풀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 2025년 3월 9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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