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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쓰면 무엇이라도 될 것 같아

꽃샘

by 봄봄

나보다 잘나거나 잘 된 사람을 보면

미워지고 싫어질 때가 있어요.


주는 것 없이 밉고, 뭘 하든 맘에 들지 않죠.


절대 질투는 아니라고 하지만

말과 표정엔 심술이 가득인데요.


이건 누가 뭐래도 분명 샘을 내고 있다는 거죠.


잘생긴 얼굴,

넘볼 수 없는 연봉,

비싸고 멋진 자동차,

크고 좋은 집...


시샘 대상은 언제나 셀 수 없고,

나에겐 없는 것 투성인데요.


이렇게 하나, 둘 세고 있으면

누군가 말한 것처럼 시샘이란,

내가 갖지 않은 다른 사람이 가진

축복을 세는 기술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떠난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온 겨울도

봄이 갖고 있는 축복들을 세느라

지금 한창 꽃샘을 내고 있는데요.


우리도 샘낼 때, 어떤 기분인지 다 알잖아요.


제아무리 겨울이 꽃샘을 내며 심술을 부려도

어차피 꽃은 피고 봄은 꼭 오니까요.


알아도 모른 척, 봐도 못 본 척하며 기다려야겠어요.


옛사람들은 계절도, 날씨도 사람처럼 대우했죠.


봄날에 찾아온 추위도 사람처럼 시샘한다고 해

꽃샘추위라고 했고요.


이보다 먼저 강하게 부는 추운 바람도

잎샘바람, 꽃샘바람이라고 했습니다.


시인 이해인도 꽃샘바람을

속으론 나를 좋아하면서도

만나면 모른 체하던 친구를 닮은 것 같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날씨와 계절을 사람처럼 귀하게 대접한 것은

우리 일상에서 중요하고 필요하기 때문이죠.


꽃샘추위가 얄밉긴 하지만

봄다운 봄, 꽃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선 필요한데요.


지금 당장은 추위가 봄 하늘을 가두고

꽃들은 향긋한 꽃술을 닫아버렸지만

곧 다시 피어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봐야겠어요.


- 2025년 3월 18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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