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면 무엇이라도 될 것 같아

수국

by 봄봄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이 되면 눈길을 끄는 꽃이 있다.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 바로 수국이다.


여러 송이의 작은 꽃송이가 모여 풍선에 바람 들어가듯 둥글게 부풀어 피어난다.


수국은 땅의 성질에 따라 꽃 색깔이 변하는데, 이런 신비로움 때문에 꽃말이 ‘변하기 쉬운 마음’이다.


제주에선 이렇게 변하는 것이 도깨비 마음 같다고 해 ‘도깨비 꽃’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줏대 없이 자꾸 마음이 바뀌는 변심의 의미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뜻 아닐까?


어떤 땅 위에서든 잘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결과가 다른 색깔의 꽃으로 자라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살다 보면 환경에 따라 변해야 할 때가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곳을 떠나거나 포기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수국의 색깔을 좌우하는 토양의 성질처럼 환경 자체가 달라지면 살아남기 위해 변해야 한다.


적응하지 못한다면 뿌리를 내릴 수 없고, 꽃으로 자랄 수 없다.


하지만 답은 이미 알고 있어도 선뜻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누구든 사는 동안 어떤 색깔의 꽃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 주저하게 된다.


살면서 내가 지금껏 피운 꽃은 비슷한 색깔이었다. 새로운 환경보다는 늘 익숙한 곳에서 안전하게만 살려고 했다. 변하지 않으니 일상이 밋밋했고, 변하려니 날로 겁만 눈덩이처럼 커져 선을 긋고 내가 그린 동그라미 안에서 나가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발걸음을 툭~하고 옮겨봐도 될 일인데, 움직이지 않으려고 수국과는 다른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우선 이 힘부터 빼고 용기를 내야겠다. 이제는 동그라미 밖에서 다른 색깔의 꽂도 피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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