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 Jan 05. 2020

우리에겐 동네 뒷산, 세종 전월산

올해는 게으름으로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1.

눈을 떴다. 새벽 네시 반. 무거워진 눈꺼풀.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그냥 오늘 나가지 말까.'

몸이 천근만근이다. 어푸어푸. 세수를 하면서도 고민이다. '괜히 산에서 일출을 본다고 했어.' 후회가 막심하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가방에 등산스틱과 삼각대, 갖은 장비를 넣은 후 물과 초코파이도 챙겼다. '아직도 늦지 않았어. 그냥 나가지 말까.' 문을 박차고 나가면서까지도 그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다시 후회로 바뀌었다.


일출 하나 보는데 나는 이렇게 마음먹기가 힘든 사람이다. 무거워진 몸은 그간의 나의 핑계와, 게으름과, 약속 번복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

밖은 깜깜했다. 랜턴을 미리 챙겨 온 오빠 덕분에 겨우 내가 걸을 수 있는 몇 발자국의 시야만 확보된 상태다. 마음 준비를 했다.


30분이면 후다닥 오를 수 있는 동네 뒷산이지만, 그만큼 경사가 만만하지 않다. 게다가 어둠이 깔린 새벽의 등산은 초보자에겐 매우 위험한 산행이다. '악악'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고라니의 서글픈 울음소리. 그럴 때마다 어릴적보던 '전설의 고향'이 문득 생각났다. 으스스. 무섭다.


또각또각 낙엽 밟는 소리와, 뚜벅뚜벅 계단 오르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진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는 미세먼지 속 공기보다 더 상쾌하게 몸속 깊은 곳까지 가득 찬 기분이 든다.



얼마 전 노을 질 무렵에 방문했었다.


#3.

아직도 어둠이 깔린 시간이지만, 익숙함 속에 도착한 전망대. 얼마 전 노을 질 무렵에 방문했던 곳이다. 그때는 숨소리가 머리 끝까지 가득 차서 실신 직전이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오랜만의 등산이라는 점과 운동과 담을 쌓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행동이다. 우린 거기서 멈춰, 노을 사진만 찍고 다시 하산을 했다.


정상까지 가는 건 꿈도 못 꿀 저질 체력이었기에.

그런데 며칠 연습을 했더니 이제 이 전망대까지는 식은 죽 먹기다. 고작 반의 반 지점일 뿐이지만.


자만의 여기까지. 갈 길이 멀다.


특히 이제부터는 낯선 길이다.





#4.


어둠이 깔려 하나도 보이지 않는 길을 랜턴에 의존해 뚜벅뚜벅 걸었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


그런데 내가 생각하던 곳이 아니다. 여명이 밝아오는데 나무에 가려 제대로 된 일출을 보기 힘들 것만 같다.


급하게 검색 엔진을 돌렸다. 마음이 초조했다. 해가 뜨기 전에 찾아야 한다는 마음. '상여바위' 검색 엔진의 결과는 상여바위였다. 거기서 보면 더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근처에 표지판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어두워서 못 봤을 뿐이지.)


네이버 지도에선 상여바위는 나오지 않았고, 그냥 운명에 맡기는 식으로 우리가 올라온 쪽이 아닌, 반대쪽 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분의 시간이 흘러 상여바위를 찾아냈다.


다행히 던져진 주사위는 우리 편이었다.




#5.


물론 동그란 햇덩이는 보지 못했다. 구름 같은 운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공기는 차가웠고 몸은 꽁꽁 얼었다. 눈치도 없이 콧물도 주룩주룩 났다.


그런데 마음에는 동그란 햇덩이가 떴다. 내가 보고 싶었던 운해는 없었지만, 마음만은 몽골몽골 따뜻해졌다. 이래서 등산을 하는 걸까?


'오기 잘했지? 우리!'


한층 더 밝아진 얼굴, 밝아진 마음, 더 가벼워진 몸과 더 단단해진 우리 사이.


올해는 게으름으로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요즘 우린 등산을 시작했다. 감성적으로 담긴 위해 노력했다.


이번에 다녀온 세종 전월산 영상도올해 산림청 기자단 활동으로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등산을 할 계획. 그리고 꾸준히 영상도 만들어볼 계획이다.



야홋.



봄비네 인스타그램

봄비네 블로그

봄비네 유튜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