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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Feb 21. 2020

엄마와 나


우르르 학생들이 쏟아진다. 학교 앞에는 두 손 꼭 잡으며 마음 졸이던 차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불안한 마음에 따뜻한 차 안을  거부한 채 정문으로 쏟아져 온 어른들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어른이라고 말하기엔 어리고, 아이라고 말하기엔 다 커버린 학생들. 누구는 울고, 누구는 조금은 웃는 수능날.


엄마를 순간 왈칵 눈물이 났다. 시험 망쳤다며 어린아이가 못되게 구는 친구를 이르듯 와르르 감정을 쏟아낸다. 무너진 엄마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추스르지 못한 내 감정이 우선이었다.


스무 살을 앞둔 고3 여학생 나는 그랬다.


전화를 받는다. 마다. 몇 해 전부터 엄마에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3년간 나의 등하교를 책임지던 엄마가, 모임 있는 날에도 나의 하교 시간엔 빼놓지 않고 쫓아와 나의 귀가를 책임지던 엄마가 이제는 여러 사람들의 등하교와 출퇴근을, 혹은 안전한 귀가를 책임지는 택시기사가 된 것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재밌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 만큼 별의별 일이 다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이름 모를 택시 기사에게 전달되고 그 이야기가 나에게 쏟아진다. 그리고 금세 흩어진다.


일방적으로 내가 엄마에게 쏟아내던 감정과 이야기는, 이제는 서로에게 쏟아진다. 나는 그게 기쁘다.


가끔 자주 울던 나를 보며 엄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지금처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될까,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더더욱 그렇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했던 엄마의 어린 시절엔 어떤 마음으로 나를 안아주었을까.

그때는 엄마도 어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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