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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Feb 23. 2020

전염병과 마스크, 우한 폐렴



학교에 눈병이 유행처럼 퍼졌다. 눈곱이 끼고, 시뻘건 눈을 한 아이들은 집으로 갔고, 나머지 아이들은 부러운 눈으로 그 자리를 지켜봤다.


그러자 몇 명 아이들이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눈병에 걸리기 위해 서슴없이, 눈병 걸린 친구의 눈은 만진 것이다.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했다.) 눈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야 하고, 한동안 눈도 못 뜰 정도로 눈곱이 끼며 괴롭다는 걸 몰랐던 아이들은, 그저 당장 학교에 가지 않는 게 더 중요했다.


그렇게 학교에는 눈병 걸린 친구들이 늘어났다.

지금이라면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예민하게 반응하고, 경계를 할 텐데.. 그땐... 무지했다.


하루하루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가 늘었고, 결국 학교는 휴교를 결정했다. 비누로 눈을 팍팍 씻어 빨개진 눈으로 하교하는 친구들을 보며 따라 해 볼까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쭈뼛쭈뼛 친구따라 교무실에 갔다가 소심해서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눈병에 걸리지 않았고 끝까지 반에 남아 있었다. 눈병에 걸리면 아빠가 출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엄마의 세뇌였다.)



결국 학교에서 임시 휴교를 한 후에서야, 모두가 공평하게 학교에 가지 않게 된 후에서야 나는 눈병에 걸렸다. 그 덕분에 집에서 격리되었고, 출근하는 아빠에게 옮기면 안 된다며 철저하게 방안에만 박혀있었다. 수건도 따로, 밥도 따로.


어린 날의 웃픈 추억이다.


생각해보니 억울하다. 학교는 왜, 모두가 눈병이 걸린 후에야 휴교를 선택한 거지. 무지한 아이들에게 눈병과 전염성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않았던 것인지. 왜 늘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건지. 그 피해를 왜 내가 봤어야 했는지.



요즘 사태가 더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물론 눈병처럼 가벼운 병도 아니고 (물론 눈병도 가벼운 병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전염성도 강하고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기 위해 일부러 눈병에 걸렸던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고, 똑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시스템은 학교든 사회든 똑같나 보다. 소는 이미 다 떠나버렸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집에서 마스크를 챙겨 길을 나선다. 외출을 자제하라고 하지만 아예 생활을 중단할 수 없으니  꾸역꾸역 집에서 나온다. 챙겨 온 마스크가 얼굴의 반을 가린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답답하고 말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불편하다.


학교는 휴교를 결정했고, 나는 두 번 다시 어린 날처럼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을 한다. 나로 인해 이번엔 남편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목숨이 걸려있고, 생계가 걸린 일이다. 누구에게는 이 사태가 그렇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출근이 걸렸고, 그건 생계다. 또한 목숨이 걸려있고,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안전이 걸려있다.


내가 안전해야 주변 사람들도 안전하고

주변 사람들이 안전해야 이 사태가 빨리 마무리될 수 있을 이다.


답답해도 마스크를 써야하는 이유고,

각자가 좀 더 예민하게 몸 관리를 해야하는 이유다.


아... 진짜... 진심...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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