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진 골목길.
앞에 뭐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복잡한 미로.
담장을 넘어온 햇살이 바닥에 어룽지고,
누군가 정성을 쏟는 화분과 나무와 어떤 생명체들은 그 골목길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서걱댄다.
댓잎만 서걱대는 게 아니었다.
고양이는 조심스레 골목길을 누비며 관광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귀염을 듬뿍 받기도 하고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골목길. 그 길에서 말을 걸어온 할머니.
"내가 하루 종일 폰만 보고 있어.
이유 없이 볼륨이 안 나와."
볼륨을 오르고 내리는 방법을 몰랐던 걸까.
그저 당황해서 그 방법을 까먹은 걸까.
어렵지 않은 그 방법을 알려줬을 뿐인데
"학생, 너무 고마워"하며 함박 미소를 짓던 그 골목길의 할머니.
낯선 이의 손길이 두려운 요즘인데
할머니의 따뜻한 등 토닥임에 기분이 좋았던
그 골목길.
나는 그 골목길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