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언저리의 하늘
"아유, 차 막혀요."
그렇게 일어선 그녀는 얼른 등을 돌렸다. 힘겹게 무릎을 짚고 일어나는 그의 모습을 더 보고 있기 힘들어서, 괜히 무색한 발걸음 더 빠르게 움직여 나온 것이다.
"들어가요, 감기 걸려."
그녀는 등 뒤로 대충 손을 흔들었다. 분명 남자는 애처로운 눈을 굴리며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겠지. 먼 길 떠나려는 장화끈을 질끈 동여맨 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마지막으로 몸을 돌렸다.
"건강해야해요, 다음에 올 때까지."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마지막으로 허공에 흩뿌려졌다. 그 어느때보다도 붉고 눈부신 그 뒷모습을 최대한 기억에 담으려, 남자는 눈을 찌푸리며 이미 옅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손을 흔들었다.
"잘 가, 가을아. 내년에 또 오고."
2019년 11월 15일, 겨울 언저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