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다보니 잃어버린 것
수학을 그리도 열심히 했던 때가 있었다. 요즘 사람들 헬스 하듯이, 지지리도 못하는 데 열렬히 팔 수 있었던 건 하루하루 나아지는 모습이 보였으니까. 덕분에 중요한 시험에서 활약했지만, 정작 잘하던 과목을 망쳐버린 건 비밀.
사는 것이 가끔은 그렇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열심히 고쳐봤더니, 정작 내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 아마 몇 년 전 어느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있거나, 비오는 반포대교 아래를 걷고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10월 억새 빼곡한 하늘공원이나 순천만에서 헤매고 있겠지.
2020. 5. 7. 이수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