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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풍 Apr 15. 2023

10. 공모전 준비

퇴고없이 쓰는 글


원래 시험 기간이 되면 평소에는 지루하게 생각했던 일도 그 어느 때보다 재밌게 누릴 수 있는 법입니다. 이를 테면 책상 정리, 방 청소, 이미 다섯 번은 돌려봤던 웹툰의 정주행, 또는 흰 벽에 눈을 두고 공상하는 일이 그렇죠. 하다 못해 아주 먼 옛날, 학창 시절에 공부했던 책을 들춰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제를 활용해서, 시험 기간에 또 다른 시험을 함께 준비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사람의 몸이 간사하면서도 이럴 때는 똑똑해서 효과를 보기가 참 어려웠었죠.


하지만 이제 시험을 치를 나이는 훌쩍 지났음에도 해야 할 일을 앞두면 항상 딴짓을 하게 되는 것으로 미루어보건대, 이러한 법칙은 굳이 시험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글을 쓰는 것을 참 좋아하면서도, 막상 공모전 준비에 돌입하면 그 글을 쓰기가 참 힘이 듭니다. 손가락 떼는 것도 버겁고, 조금 머리를 굴려서 떠오른 문장은 비루하고, 어떻게든 빈 시간에 글 쓸 시간을 우겨넣는 제 모습은 애처롭고, 뭐 그렇습니다. 간혹 '좋아하는 일도 업으로 삼으면 미워지게 된다'는 주변의 말에, 저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을 때의 고통은 내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라면서 반박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공모전 준비할 때의 제 태도를 보면, 감내를 할 수 있든 없든 힘이 들게 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글쓰기가 놀라운 점은 이 글의 첫 문단에서 시도했던 방법이 통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장편소설 공모전을 준비하면 단편 소설이 그렇게도 잘 써지고, 웹소설 공모전을 준비하다보면 시가 그렇게도 잘 써지곤 합니다. 이것 보세요, 공모전 준비를 하다보니까, 그렇게도 오래도록 업데이트를 미뤄왔던 브런치에 여러번 글을 올리게 되잖아요. 아무래도 이것이 '좋아하는' 마음의 위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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