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많은 퇴직자의 유럽 5개국 8도시 여행기
학교에 남아있을 때 뭘 할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보려던 그 때 마침 열차가 Watford Junction에 도착했다! 주위 풍경은 런던의 시내만큼 붐비거나 건물이 많지 않았고, 아무래도 도심에서 좀 떨어진 근교인 듯 했다. 역에서 내려서 출구로 나가니 바로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향하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특수라 그런지 잘 꾸며놓은 듯 했다.
2층 버스는 금방 왔다. 왕복 버스 티켓은 2.5파운드로, 영수증 하나를 주는데 보관하고 있다가 오는 버스를 탈 때 보여야 한다고 했다. 버스에 탑승하니 작은 티비가 가운데 걸려있었는데, 버스의 출발과 함께 환영하는 영상이 재생됐다. 스튜디오의 곳곳을 설명하고 해리포터 영화의 스틸 컷들을 보여줬는데, 중간중간 배우들이 직접 나와 스튜디오를 소개하는 영상도 등장했다. 아무래도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여 만든 영상인 듯, 도착과 함께 거의 동시에 영상이 종료됐다. 팬의 입장에서도, 관람객의 입장에서도 참 설레는 오프닝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커다란 공터와 함께 공장, 혹은 창고를 닮은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키오스크처럼 생긴 무인 티켓 발급기와 사람이 직접 사고 파는 유인 창구가 건물의 전면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 옆에 백화점 출입구를 닮은 좌우로 거대한 출입구가 있었다. 역시나 큰 관광지라 단체 손님들이 유인 창구에 줄을 미리 만들고 있었기에, 나는 함께 온 동행과 함께 무인 기기에서 예약한 티켓을 발권하고 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테러의 위험 때문인지, 아니면 본래 보안 절차가 이러한 건지 대영박물관에서처럼 입장 후에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공항에서의 금속탐지기도 지나고, 어깨에 걸린 작은 가방을 열어서 확인 한 이후에야 스튜디오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들어간 해리포터 스튜디오의 로비는, 실로 굉장했다. 박물관이나 놀이공원에 온 게 아니라, 해리포터 시리즈 속의 마법부에 온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역대 마법부 장관의 초상화들처럼, 높은 벽 사방에 해리포터 영화 속 배우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커다란 액자에 담겨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참 많았지, 감탄하며 돌아보면 2편에서 해리와 론이 함께 운전했던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있고. 한 쪽은 스튜디오 관람의 마무리로 보이는 기념품 가게의 출구가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안내 데스크가 있었다. 나는 다 끝나고 나서야 받았지만, 안내 데스크에서는 해리포터 스튜디오 여권을 받을 수 있다! 코레일의 내일로 여권처럼 스튜디오 곳곳의 포인트에서 도장을 찍어서 간직할 수 있었다.
홀의 가운데에는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별다른 조형물이 없었고, 다만 정면에 커다란 입구와 함께 줄서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몇 분 간격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정한 숫자의 관람객을 한 팀으로 모아 입장을 시키는 모양이었다. 재빨리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내 눈에,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롤링의 글귀가 들어왔다.
'No story lives unless someone wants to listen.'
참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이 이야기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백성 없는 임금 없으며, 독자 없는 작가는 없는 거다. 모든 이를 만족하게 만들 순 없지만, 읽는 이들의 입장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금 더 나아가, 사실 모든 작품의 존재 이유가 바로 독자일 것이다. 그 작품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또 어떤 평가를 받게 되든, 그 모든 것은 독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