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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퇴직유랑기 #20. 해리포터 스튜디오(2)

겁많은 퇴직자의 유럽 5개국 8도시 여행기

by 봄단풍

대략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함께 줄을 선 백여명 정도의 사람들과 함께 스튜디오 안으로 입장하게 됐다. 첫 번째 방은 영화 포스터 크기의 작은 스크린이 방 양쪽에 4개씩 배치된 방이었는데, 곧 이어 앞에서 마이크를 찬 안내요원의 말과 함께 불이 꺼지더니 영상이 흘러나왔다. 작품을 어떻게 영화화했고,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짧은 다큐였다. 여덟 개의 작은 스크린에서 모두 다른 영상이 나왔기에 열심히 눈을 돌려가며, 또 짧은 영어 실력으로 알아들으려고 귀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십 분이 될까 말까한 시간 이후에 안내요원과 함께 작은 극장으로 들어섰다! 여기서는 스튜디오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 론을 연기했던 유명한 세 배우가 화면에서 설명을 해줬다. 영국식 억양은 들을수록 참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해리포터를 연기했던 다니엘 역시 참 많이 늙었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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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이 함께 호그와트 문을 여는 드라마틱한 엔딩과 함께, 스크린이 열리더니 이내 영상의 그 것과 똑같은 - 허나 훨씬 커다란 규모의 문이 나타났다! 엄청난 연출이었다. 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설에서 표현되었던 크고 작은 석상들과 벽화들이 양 옆으로 넓게 전시되어있었다. 실제로는 스크린이 현실세계와 이곳 스튜디오를 갈라놓는 마지막 벽이었고, 이제 그 벽이 걷혀버린 느낌이었다. 안 그래도 해리포터의 팬심으로 서서히 녹고 있던 마음이 이 연출을 통해 와르르 내려앉았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힘차게 열어젖힌 문. 그 너머에는 한 번 더 마음을 쿵하고 내려앉는 모습이 재현되어있었다. 영화에 등장했던 호그와트의 홀, 연회장이 그대로 펼쳐져 있던 것이다. 벽마다 기숙사의 문양이 가득했고, 문양 앞마다 기숙사를 대표하는 망토, 교복 등이 백화점처럼 소중히 세팅되어 있었다. 연회장이 어찌나 크고 길었는지, 저 멀리 보이는 강단에는 덤블도어나 맥고나걸, 해그리드같은 교수진들의 마네킹이 서 있었는데 언뜻 보면 실제 사람이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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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장부터 본격적인 자유관람이 시작됐다. 질리도록 탁자와 천장을 번갈아 살펴보고, 기숙사별 문양과 교복도 살펴보고. 마네킹들이 입은 옷은 실제 배우들이 입었던 옷과 흡사해보였다. 어쩌면 그 옷을 그대로 입혀 놓은 것인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기숙사를 배치해주는 말하는 모자였다. 작은 울타리로 접근하지 않도록 했지만, 해리포터의 팬이라면 늘 환상을 가질만한 물건이었기에 사람들도 많이 몰렸다. 내가 저 모자를 쓰면……. 일단 머리 둘레부터 걱정하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진 곳은 커다란 소품실이었다. 정확히는 소품 및 미니어쳐들. 영화 감독들이 남겨놓은 말들도 보였고, 연회장을 장식했던 요리들과 화려한 디저트들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영화에 나온 것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썼던 화장대나 거울도 마련되어 있었다! 분장에 사용했던 물건들도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고, 분장 전후의 사진들도 보기 쉽게 진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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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가자 학교 내의 곳곳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 놓은 세트장이 등장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휴게실이나 해리가 묵었던 침실, 마법의 약 교실과 론의 집, 호그와트의 교장실까지. 심지어 죽음을 먹는 자들이 모여서 식사를 했던 탁자와 홀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나 교장실은 실제 사이즈를 그대로 만들어놓은 듯 했다. 입구에 돌아가는 그리핀의 동상뿐만 아니라 그 안의 소품들까지. 탁자와 역대 호그와트 교장들의 움직이는 초상화, 책들, 그리고 펜시브를 비롯한 각종 마법 기구들도!


소품들 역시 가는 길목마다 진열되어 있었는데, 정말 소소한 것 하나하나 다 찾아볼 수 있었다. 주요 인물들의 마술지팡이는 물론이고, 어디에 나왔는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 마법기구들도 있었으며, 무디의 7단 트렁크나 아즈카반의 죄수가 들고 사진을 찍는 죄수 번호판, 심지어 가장 보고 싶었던, 주변의 빛을 흡수하는 딜루미네이터도 있었다. 이쯤 되면, 해리 포터 팬들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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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재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곳곳마다 설치되어 있었는데,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역시나 사진관이었다. 여기는 그냥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아니라, 해리포터가 탔던 빗자루나 날아다니는 자동차에 타서 각종 포즈를 취하면, 영상 혹은 사진을 통해 주변 배경을 합성해주는 것이다. CG의 힘을 빌어 건물 사이를 날고 강에 발바닥을 스쳐보는 경험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사진 및 영상의 가격이 꽤 비쌌기에 과감하게 다음 장소로 발을 옮겼다.


그 다음은 마술지팡이 운용법 강의였다. 다짜고짜 강의라니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이 곳에서는 실제로 커다란 전신 거울 세 개를 진열해놓고, 가운데 거울 속에는 마술지팡이를 어떻게 휘둘러야 효과적인지 알려주는 강의를 재생하고 있었다. 총 세가지 동작을 가르쳐주며, 한 번에 두 사람씩 지팡이 운용법을 몸으로 익히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마술지팡이 운용법은 내 생각보다 훨씬 역동적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상속의 강사가 청바지에 폴라티를 입는 것이 아니라 망토를 두르고 수염을 길렀다면 훨씬 더 몰입이 잘 됐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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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큰 매력은, 여기가 전부일 것 같은데 이게 고작 스튜디오 관람의 시작이었다는 점이었다. 스튜디오는 정말 많은 것을 그대로 재현해놓고 있었다. 소품들은 물론이고 세트도, 웬만한 건 CG가 아니라 실제 크기로 만든 것이었다! 다이애건 앨리는 건물안에 실제 그 거리를 전부 만들어놨고, 프리뱃 가 역시 그러했다. 심지어 마법사 체스의 말들도 실제 크기로 볼 수 있었다. 한 잔에 4파운드 정도로 버터맥주 역시 마셔볼 수 있었다. 작품 속에서도 미성년자들이 마시다보니 무알콜이었는데, 탄산이 약하게 포함된 보리차에 다 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맛이었다. 쉽게 말해 살 찌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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