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

바보 아빠 육아일기2

by 봄단풍


꾸준히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능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꾸준히 하는 일은 있습니다. 하다 못해 하루에 세 번 양치를 하는 것도 꾸준히 한다고 할 수 있고, 밤마다 꾸준히 잠에 드는 것도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꾸준히라는 말의 범위를 조금 좁혀서, 매일같이 어제의 자신보다 나아지기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을 꾸준하다고 해야 아마 이 글의 첫 문장과 뜻이 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제가 이 꾸준함이라는 가치를 우러러보게 되는 것은 육아를 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고요.


두 아이의 육아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 육아라는 것이 참 모든 일에 핑계를 대기 좋다는 것입니다. 해야할 일을 못하는 것에 핑계를 대기도 좋고, 가야하는 곳에 가지 못하는 것에 핑계를 대기도 좋습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저출산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시기에는 대부분의 경우 양해를 해주는 편이기도 합니다. ‘내 때는 이런 거 없었어’ 라면서 출산휴가를 못 쓰게 하는 상식 밖의 사람을 만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물론 세상 일이라는 것이 항상 상식 안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결혼 전부터 신혼 초까지도 꾸준히 했던 것들 중 포기하게 된 것들이 많습니다. 사실 아직은 모릅니다. 포기가 된 것인지, 잠시 미뤄둔 것인지 말이죠. 이를테면 꾸준히 하던 게임, 꾸준히 쓰던 글, 꾸준히 하던 운동 등이 그렇습니다. 하루 일과를 감안해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퇴근 하자마자 저녁을 준비합니다. 부부 중 한 명이 첫째와 식사를 하는 사이 다른 한 명은 둘째를 씻기고, 또 둘째가 슬슬 보채기 시작하면 얼른 분유를 타고 다른 한 사람은 첫째를 씻깁니다. 어떻게든 잠에 들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겨우 꿈나라로 보내고 나면 남은 것은 설거지와 장난감으로 어질러진 집 정리입니다. 그렇게 잔업까지 모두 마치면 어지간해서는 자정을 넘기게 됩니다.


행복한가? 네, 행복합니다. 즐겁고, 재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드냐고 묻는다면, 무작정 쉽지만은 않다고 답할 수 있겠습니다. 힘들면서도 행복하고 즐거운 것, 그것이 육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 새로운 행복으로 인해 이전에 꾸준히 챙겨오던 행복을 잠시 놓치게 된 것이죠.


글쓰기도 운동과 같아서 매일 꾸준히 써야한다고, 많이들 우러러보는 작가들은 그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본업이 작가가 아니면서도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면 더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아득바득 글을 써야할텐데, 이런 상황에서는 그 간절함을 결과물로 치환하기가 참으로 어렵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적어도 글을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핑계로 육아를 내 자신에게 내세우지는 말자고 말입니다. 이거 보세요, 오늘도 결국에는 아기들을 모두 재우고 글을 쓰고 있잖아요? 세상 일에서는 육아가 핑계가 되는 일이 분명있고 이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내 자신에게만큼은,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만큼은 육아를 핑계로 삼지 말자고, 오늘 하루 그렇게 결심하면서 이 손바닥만한 글을 또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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