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없이 쓰는 글
누구나 살아가다보면 크든 작든 곤경에 처하곤 합니다. 때로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도와주길, 때로는 누군가가 지혜와 용기를 부어주길, 또 때로는 누군가가 가야할 길을 가르쳐주길 빌면서 무릎 꿇는 순간이 꼭 한 번은 찾아오곤 합니다. 이것은 고대의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어느 시대에나 그들이 간절히 빌고 기도했던 이름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나라에서나, 또 어느 시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이름이 있는데 이들을 ‘운명의 세 여신’이라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누구나 살면서 이 운명의 세 여신 중 적어도 한 사람은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이들은 세계 각지의 여러 시대에서 다양한 이름들을 갖고 있고, 또 세 명의 여신 각자에게도 불리는 이름들이 있습니다만,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찬미를 받고, 또 미움을 받기도 합니다. 이들은 보통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때로는, 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사라지는 순간에서야 정체를 드러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이들을 두고, ‘오라고 한 적도 없는데 왔다가, 가지 말라고 해도 가버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시대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은, 절망에 무릎꿇고 고독에 몸부림치는 그 순간에서야 이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여신은 경험과 연륜을 대표합니다. 찾아오는 이들을 주름지고 쭈글쭈글한 얼굴로 맞이하는 그녀는 항상 인자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있습니다. 그녀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청자이며, 쉽게 대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그녀와의 소통은 느리게 이루어지고, 때로는 몇 년에 걸쳐 당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대답 역시 짧고 함축적이어서 이해하는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녀는 당신이 바치는 것들을 아주 소중하게 오래도록 기억하지만, 정작 당신에게 당장 필요한 것을 내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당신에게 주는 것을 함부로 버리지 마십시오. 그녀가 자신을 찾는 자들에게 내어주는 것은 때로 수십 년 뒤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두 번째 여신은 정열과 활력을 상징합니다. 그녀는 항상 바쁘게 움직이며, 찾아오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단으로 만든 짧은 옷차림의 그녀는 쇄골과 허벅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여신의 반응은 즉각적이며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그녀는 다른 두 여신에 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가 건네는 조언은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효과적입니다. 그녀는 방법과 길을 알지만 자신감이 없는 이에게 힘과 용기를 주며, 의욕은 충만하지만 요령이 없는 이에게는 한 번 뒤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세 번째 여신은 순수와 호기심, 성장을 상징합니다. 앳된 소녀의 모습을 한 세 번째 여신은 항상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찾아온 이를 맞이합니다. 그녀가 건네는 것은 조언도, 선물도 아닙니다. 세 번째 여신이 하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때로는 그녀에게 요청하거나 질문하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오히려 그녀가 대답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세 번째 여신을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당혹스러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번째 여신을 칭송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그녀와 만난 시간 자체가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시간을 통해 그녀를 찾는 이들은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으며, 나아가 한 단계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느낍니다.
이 운명의 세 여신들은 다른 이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다른 이름은 사랑의 세 여신이며, 또 다른 이름은 엄마, 아내, 그리고 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