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야, 온유야.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궁금하구나! 물론 아빠는 너희의 곁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지만 그래도 너희의 목소리로 듣고 싶어. 할 수 있다면 이 아래를 읽어 내려가기 전에 한 번 떠올리고 말해볼 수 있겠니? 오늘 아침에는 어떻게 눈을 떴고, 어떤 밥과 간식을 먹었고, 또 어떤 사람과 어울리며 해가 기우는 동안 무얼하고 지냈는지, 그러다가 해가 기울어서 황금빛으로 세상이 진하게 물드는 시간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세상이 깜깜해진 다음에는 또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는지 말이야. 너희가 마음속으로 말해도 아빠는 들을 수 있으니, 잠시나마 한 번 돌이켜보려무나.
산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아빠 생각에 세상에는 수백, 수천가지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의 제곱 정도는 되는 다양한 종류의 행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희도 그렇게 느끼기를 바랄게. 행복이라는 것은 한 여름 시원한 바람처럼 느닷없이 내게 다가오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너희가 능동적으로 찾아야하는 순간도 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해야 삶이 보다 여유로워지기도 하고, 삶이 보다 빛나기도 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아빠 생각에 삶이 행복한 그 다양한 이유 중에 하나는 우리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서 그렇단다.
때로는 행복해서 웃고, 즐거워서 웃고, 또 때로는 슬퍼서 울고, 화나서도 울고. 그리고 가끔은 정말 너무 행복에 겨워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말이다. 아빠는 짜증이 나면 숨을 몰아쉬면서 뭔가를 걷어차기도 했고, 답답하면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서 소리를 질러보기도 했다. 또는 가슴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어떤 감정의 흐름을 표현할 줄을 몰라서 괜히 비슷한 느낌의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잠들어보기도 했고, 때로는 밤바다처럼 보이지 않는 잔잔한 파도를 가슴 속에서 느끼면서 눈을 떠보기도 했지.
너희들도 이렇게 풍부한 감정을 많이 느끼고 또 누렸으면 좋겠구나. 웃길 때는 웃고, 슬플 때는 울고, 그러면서 즐거움과 후련함도 느껴보고 말이야. 그리고 그런 순간들을 함께하는 사람과 나눴으면 좋겠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거든. 비슷한 순간에 비슷한 감정을 나누면서 서로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같은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기도 하지. 그건 살아가며 할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경험 중 하나란다.
다만, 너희도 나이가 들어가며 또 깨우치게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또 아빠가 아직 이 세상에 남아있는 요즘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꽤나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그건 앞에서 말한 것과 거꾸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너희도 느끼겠지만 이 조언은 일견 맞는 부분이 있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감정을 느끼고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감정의 파도를 때로는 절제하고 참아낼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은 단순히 때와 장소를 가리라는 뜻이 아니다. 단순히 장례식장에서 웃지 않거나 결혼식장에서 꺼이꺼이 울지 않는 것은 절제가 아니라 매너, 예의범절과 관련된 이야기니까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숨기라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얕잡아보이지 않기 위해라고 한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어느 장소에서든 쉽게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은 그만큼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지. 주어진 상황에서 쉽게 화내고, 울고, 웃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쥐락펴락하기 쉬운 상대로 보이기 마련이다. 또, 어떤 사람은 감정 표현을 자제하라는 이유로 불편함을 들기도 한다. 나는 슬프지 않은데 내 앞에서 다른 사람이 운다면, 혹은 나는 즐겁지 않은데 내 앞에서 다른 사람이 웃는다면? 다른 이의 공감을 살 수 없는 감정 표현은, 그것을 누리는 사람에게 결국 불편함이 될 수밖에 없다.
지유야, 온유야. 하지만 아빠는 감정을 절제하는 덕목이 모든 경우에 적합하다고는 못하겠구나. 살아가다보면 너희도 알게 될 것이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어쩌면 그보다 더 어릴 때 너희들이 이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을 거야.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그 때 그 때 감정을 모두 숨기기만 하면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 속 혼자가 될 수도 있을 거다. 결국 어느 때에는 감정을 숨겨야하고, 또 어느 때에는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할진대 그 기준을 세우는 것은 아빠에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단순히 말로 하자면 쉬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그 흐름에 표현을 맡기거라, 다른 사람이 없을 때는 실컷 표현하거라,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또한 적절한 기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잠잠하더라도 너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가 분명히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폭발하듯 튀어나오더라도 잠잠해야 할 때도 분명히 있거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하나 있다. 만약에 너의 감정을 표현하게 되면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나 그것이 사랑과 관련된 감정이라면 말이다. 너희도 알겠지만 여기서 사랑은 단순한 연애 감정뿐만이 아니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도 사랑이 될 수 있고, 감사, 배려, 존중,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사랑이 될 거다. 하다못해 엄마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빠가 그랬거든. 지금도 잠들어 있는 너희의 귀에 몇 번이고 잘 자라고, 꿈에서 만나자고 속삭이는 것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그렇다. 바로 너희를 향한 사랑으로 꽉 차고 넘쳐서 말이다.
그러니 얘들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거라. 단순한 연애 감정이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표현했다면, 설령 거절을 당하더라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당당하게 말하려무나. 내가 당신을 좋아했던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거절해도 괜찮다고. 누군가를 위하고 걱정하는 마음도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당당하게 말하려무나. 늘 건강하라고, 건강에 유의하라고. 때로 그 순간에 주어진 상황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갈고 닦은 글과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전혀 부끄러울 것이 아니다. 그러니 당당하게 표현하려무나. 오그라든다고 말해도 괜찮다고, 그저 내가 느낀 것이 그럴 뿐이라고 말이다.
절제는 중요한 미덕이다. 그러나 감정이 됐든, 혹은 그 외 다른 일이 됐든 대부분의 경우 자제하더라도 할 때는 해야 하는 법이다. 사랑이 그러하다. 사랑의 표현은 부끄러워하지 말거라. 그것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상황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너에게 가까운 사람이든, 먼 사람이든 상관없다. 가장 가까운 너희 엄마에게부터 시작해보면 좋겠구나.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뜬금없이 고맙다고, 또 뜬금없는 애정표현으로 시작해보거라. 아마 엄마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하루의 고된 모든 것을 잊게 될 거란다. 그리고 그것은 너희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랑의 표현은 받는 사람 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의 삶도 풍족하게 채워주는 신기한 것이거든. 이 세상에서 제로섬이 아닌 것, 나눌수록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커지는 것은 그 하나 뿐이다. 사랑. 그러니 사랑은 실컷 표현해라.
사랑한다, 지유야, 온유야.
지금 너희가 자는 이 순간에도 너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는,
도저히 너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너희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