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얼마 전까지 수시로 두려움이 나를 덮쳤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살펴보니 백수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왜? 내가 잘 하지 못할까봐. 2년 전에도 '제대로' 살지 못할까봐 두려웠는데 딱히 달라진 게 없구만...
최근 굉장히 가고 싶었던 기업에서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해받았다.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가 진짜로 일하기가 싫구나' 하면서 입사 거절의 뜻을 전했다. 난 이제 진짜 어떻게 되는걸까.
늘 나를 사회에 노출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나 자신을 위해서. 일종의 노력이나 훈련이었다. 그런데 더이상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냥 혼자 있고 싶다. 혼자 방 안에 가만히 나를 놔두고 싶다. 그렇게도 잘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뭘하든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볼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대한 대답을 조금이나마 얻고 싶다. 아니면 실패하고 사회로 다시 나가야하겠지만.
몇몇 이들에게 '넌 자존감이 낮다', '왜 그렇게 눈치를 보냐'는 말을 들었다. 읭? 좀 어이가 없었다. 내 자존감을 왜 님이 평가를...내가 자존감이 낮은가? 한때는 자존감이 높고 낮음에 따라 삶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나한테 있어서 살아가는데 자존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높든 말든...
그런데 계속 그런 말읃 듣게 되서 생각해봤다. 왜 그런 말을 듣는지. 아마 내가 내 의사를 적극적으로 입밖으로 말하지 않아서 그런거 같다. 너에게 상처가 될 거 같아서 말하지 않은 건데, 나보고 눈치를 본다고 한다. 내가 하는 건 눈치보는거고, 자기가 하는 건 배려라고 한다. 누군가 내 앞에서 입을 닫고 있다고 해도 나는 그걸 가지고 그 사람의 자존감 같은 걸 판단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다른데 가서 어떤 모습이 될 지 모르는 거니까. 근데 뭐...쓰다보니 역시 별 상관이 없다.
중요하다고 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 놓아버렸다. 직장도, 자존감도, 좋아하던 남자도. 이걸 배짱이라 해야돼 뭐라해야돼. 그냥 나를 좀 혼자 놔두고 싶다. 지금으로선 그게 최우선이다. 그 안에서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또 스스로를 시험한다. 그 안에서 살아갈 길을 찾으면 좋겠다.
그간의 다이어리를 뒤적거리며 알게 된 게 있다. 어떤 생각이 일상으로 드러나기까지 약 3달이 걸린다는 거다. 1월에 '아 난 왜 A를 안하고 있지. 난 쓰레기야.' 라고 적어놓았는데 3월에 A를 잘해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생각이 바로 일상으로 옮겨지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하지 말자. 3개월쯤 뒤엔 잘하고 있을거니까. 늘 3개월 후의, 잘하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리길. 10월쯤엔 더 나아져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