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첫날

by 사색의 시간

눈을 뜨자마자 헬스장에 갔다!


백수가 되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저번주까지 밤낮이 바뀐 올빼미 생활을 하고 있어서 '과연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일어났다. 오전7시에 잠들어서인지 알람을 듣지 못하고 계속 자고 있었는데 모 업체의 메일 알림 덕분에 깨어났다. 기분좋은 기상이었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원래 들으려고 했던 요가수업은 물 건너갔다. 그 다음 수업은 처음 보는 거였는데, 그걸 해야겠다 싶어서 나갈 채비를 했다. 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빗속을 뚫고 헬스장을 가려니 그리 달갑진 않았다. 그런 말이 있다. 하늘은 결심을 시험하기 위해서 시작할 때나 일이 잘 되어갈 때 꼭 힘들게 만든다고. 머...그런 시험을 숱하게 당해온 인간1 로써 이번에도 묵묵히 시험을 받아들였다. 우산을 펼치고 걸었다.


헬스장 갈 때마다 느끼는데 사람들이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산다. 내가 좋아하는 기구들을 확인하고 반가운 마음에 기구를 좀 하다가, 수업에 들어갔다. 스텝박스를 사용해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는 수업이었는데 음악도 스텝도 너무 빨라서 하나도 못 따라갔다. 내가 감을 못잡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외쳤다.


차차에요!


차차가 뭔지는 알지만 차차를 어떻게 추는 건지는 모른다고요. 나는 살사나 차차 스텝을 익히는 뇌는 발달이 안되어 있는 것 같다. 계속 스텝이 반복되는데도 수업이 끝날 때까지 터득할 수 없었다.


오전에 헬스를 하고 돌아와 나머지 시간을 글쓰고 책읽는 삶을 보내려 했는데, 헬스 왔다갔다 하는 게 예상보다 시간을 더 많이 잡아먹었다. 집에 와 책상에 앉으니 오후 한 시가 훌쩍 넘었다. 걸어오면서 복숭아 구경도 하고 포도 구경도 하고 그러다보니 지체된 것 같다. 곧장 집에 올 수 있으면 좋겠다.


밥을 먹고 계속 책상에 앉아는 있었는데 도통 진도가 안나갔다. 그리고 자꾸 침대에 눕게 된다. 오늘은 오전 7시에 잠들어서 2시간 정도 밖에 못 잤으니 그렇다고 치지만 앞으로는 수면 시간 이외에 침대에 눕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침대와 책상 사이에 파티션이라도 칠까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안그래도 좁은 집에 도저히 무리일 것 같아서 파티션이 있다고 상상만 하기로 했다.


밤 9시까지 2000자를 채 못 썼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집 앞 까페로 나갔다. 카페에서 한 시간만에 3000자 정도를 썼다. 왜 집에선 안 써지고 카페에선 써지지? 아니, 지금 이 글은 집에서 쓰는 건데 줄줄 잘 쓰고 있잖아. 뭔가를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큰 거 같다.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긴장을 풀고 쓰고 싶은 걸 꺼내보도록 하자.


이리하여 오전에 헬스도 다녀왔고, 오늘 하루 동안 5천자도 썼다. 이 두 가지가 내가 가장 하고 싶으면서도 가장 두려웠던 일이었다. 게으름 때문에 헬스 못 가면 어쩌지, 5천자 못 쓰면 어쩌지 걱정했다. 하지만 둘 다 잘했다.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기를.


최근 자기계발서적을 이것저것 읽고 있다. 느낀 것이 있다면 내가 평소에 부정적인 생각, 더러운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한다는 거였다. 왜? 나한테 도움이 안되는데 왜? 알 수 없지만...방향을 바꾸도록 노력하고 있다. 귤을 떠올리면 침이 고인다. 하지만 내가 잘되는 걸 생각하면 아무 느낌이 없다. 내가 잘되는 상상이 귤만도 못하다는 거다......(슬픔). 내가 잘되는 걸 생각해보자. 가슴이 뛰고 허리가 펴지고 미소가 번지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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