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work
사실 나는 내가 생각한 것들을 대체로 이룬 편이다. 뭐 그리 거창한 걸 바란적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이 실현되었다는 놀라운 사건 앞에서 나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왜냐면...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었다. 원하던 게 이루어졌을 때는 이미 내가 그걸 원했는지도 까맣게 잊고 난 뒤였다. 나중에 돌아보고 나서야 '아, 내가 예전에 바랐던 게 이렇게 이루어진거였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가장 빨리 이뤄진 게 있다면 '1월 1일에 시드니에서 불꽃놀이를 보고싶다' 였다. 나는 매년 1월 1일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한다. 해돋이를 보러 가거나, 새 다이어리에 목표를 적거나, 어떻게든 나만의 작은 의식을 치르려고 하는 편이다. 2017년 12월쯤 '1월 1일을 어떻게 보낼까' 하며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시드니 하버브릿지 위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였다. 매년 1월 1일에 그 불꽃 놀이를 보기 위해 전세계 관광객들이 시드니에 몰려든다고 했다. 화면 속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도 언젠간 저 곳에서 1월 1일에 불꽃놀이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 일은 2019년 1월 1일에 이루어졌다. 2019년 1월 1일 나는 시드니에서, 룸메이트들과 오후 4시부터 명당을 맡아 기다린 끝에 그 불꽃을 봤다.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스케일이 컸고, 훨씬 아름다웠고, 훨씬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너무너무 신기했다. 2017년 12월까지만 해도 2019년 1월 1일에 내가 시드니에 있을 거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땐 호주에 가겠다고 결정하지도 않았었고, 호주에 가겠다고 결정을 내린 뒤에도 나의 목적지는 시드니가 아니었다. (내가 시드니에서 살게 된 이유는 시드니에서 좀 쉬다가 다른 도시로 옮길 계획이었는데 움직이기가 너무 귀찮은 나머지 그냥 시드니에 눌러앉은 거였다)
거의 1년만에 이루어진 거라 이것만큼은 생생히 기억한다. 내가 강렬히 원했던 순간과, 이루어졌던 순간이 내 기억 안에 동시에 들어있다. 나는 궁금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이룰 수가 있었지? 태어나서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심지어 비행기로 10시간이 걸리는 아주아주 먼 곳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가장 빨리 이루어졌다. 생각 끝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영상을 보면서 원했기 때문에.'
그 전까지 뭔가를 원할 때는 머릿 속에서만 상상했다. 꿈을 이루는 것에 관한 서적에서 '시각화하라', '생생히 떠올려라', '실제로 일어난 듯이 생각해라' 등등 각종 조언을 해주고 있지만 나로서는 생생하게 상상하는데 한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꽃놀이 영상을 보면서는 자연히 내가 그 곳에 있는 상상을 하는 게 훨씬 쉬웠고, 그 불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할 때 그 영상이 즉각적으로 떠오른다>는 거였다. 막연히 '불꽃놀이를 보고싶어'가 아니라, 시드니 하버브릿지 위에서 터지던 그 불꽃이 바로 떠올랐다.
실제로 오감이 움직일만한, 그 오감으로 인해 감정이 촉발될만한 이미지 작업이 필요했던거다. 그만큼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지금 나로서는 영상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얼 원할까? 내가 원하는 장면이 들어있을만한 영상들을 찾아봐야겠다. 아름다운 사랑 영화도 볼 것이고, 존버 끝에 결국 자신이 꿈꾸던 것을 이루는 주인공의 이야기도 찾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