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대신 푹 쉬었다. 봉사활동도 다녀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몇 십명이 먹을 요리를 한꺼번에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것들을 담아 일일이 배달을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마늘을 만진 적도 없는데 왜 자꾸 몸에서 마늘 냄새가 나지? 했는데 마늘쫑 때문인 거 같다. 마늘쫑에서도 마늘 냄새가 나는 구나...몰랐다.
어제 잠들기 전 기도했다. 오늘은 푹 쉬었으니 내일 하루 또 잘 살게 해주세여.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때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어야 하는데.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워버렸다. 더 잘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시 눕는 것을 택했다. 꿈속으로 빠져드는 달콤함과, 하루 일과를 제때 시작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동시에 휘몰아쳤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다시 눈을 떴고, 그래서 내내 우울했다. 자는 시간 이외엔 절대 침대에 눕지 않겠다는 규칙도 깨버렸다. 누워서 우울해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도 않고 이렇게 살 거라면 어서 직장을 구하라구! 하면서 또 여기저기 이력서를 뿌렸다. (습관성 구직이다)
오후 다섯시까지 우울해하다가 이렇게 있으면 진짜 하루를 망칠 거 같아서 일단 밖으로 나왔다. 마침 빌리고 싶은 책이 집 가까운 도서관에 있길래 일단 책을 빌리러 갔다. 집 가까이 뭔가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만약 도서관이 10분 정도 거리만 되었어도 멀다면서 안 갔을 거다. 바로 코 앞에 있었기 때문에 간 거다.
책을 빌린 뒤 헬스장에 가서 요가를 했다. 저번주에 분명히 조금 유연해진 것 같았는데 월요일이 되니 다시 리셋 됐다. 경직된 몸을 애써 늘리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요가를 끝내고 나니 우울한 기분이 좀 사라졌다. 요가라도 해서 다행이야...그렇게 안도하며 작업실로 왔다. 작업실도 멀면 안왔을텐데. 근거리 생활 만세.
작업실에서 오늘 하루 목표로 했던 작업량을 달성하고 이렇게 여유롭게 브런치를 쓰고 있다. 아침만해도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하고 우울해했는데, 어쨌든 오늘 해야 할 건 다했다. 요가도 하고 작업량도 달성했다. 아침에 시작을 잘 못할 수도 있지만, 그걸로 너무 스스로에게 뭐라 하지 말기를. 저녁에 잘할 수도 있는 거니까. 아침에 요가 못 가면 저녁에 가면 되는거다. 큰일난 거 아니다.
지금 <용수 스님의 곰 : 나를 일깨우는 친절한 명상> 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여기 나오는 상태가 너무 내 상태랑 일치해서 웃겼다.
[수행의 체험과 징후를 소개합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합니다. 하루는 환희심이 나고 알아차림이 밝고 다음 날에는 우울하고 마음이 어둡습니다. 초심자의 현상입니다.]
아아. 초심자라서 그렇구나. 나는 쉽게 납득했다. 일희일비하더라도 괴로워말자. 초심자라서 그런거니까. 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거다.
오늘의 교훈. 아침에 망한 줄 알았대도 저녁에 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