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하루에 1만자를 썼다

이제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다

by 사색의 시간

그냥 쓰세요!


한 선생님께서 6년 전에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말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6년이 걸린 셈이다. 그냥 쓰는데는 특별한 노하우가 없다. 말그대로 그냥 쓰면 된다. 만자를 어떻게 썼냐고 물어도 그냥 썼다는 대답 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냥 쓰기. 그게 그토록 어려웠다.


감개무량하다. 6년 전에는 세 줄만 써도 손이 덜덜 떨렸었다. 그러다 2017년 백수가 되면서 매일 2000자씩 쓰기에 도전하고, 독립출판물에 기고를 하거나 여행기를 연재하는 등의 활동을 하기도 했다. 아침마다 책상에 앉았을 때 2000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까마득했던지 기억난다.


2019년에 다시 백수가 되서, 오늘 이렇게 하루에 1만자를 쓸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백수가 될 때마다 비약적으로 발전해왔군!) 사실 백수가 되고 나서도 하루에 한 자도 안쓰고 놀기만 한 적도 있다. 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매일 몇 자를 썼는지 기록하기 시작했다. 글자수로 스스로를 압박하지 마! 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이거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매일했다. 숫자로 기록하면서 내가 얼만큼 쓸 수 있는지 매일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1만자 안에 뭐 대단한 내용은 없다. 지금 쓰고 있는 것처럼 주절주절 생각을 적은 부분도 있고, 뭘 쓰고 싶은지 대략적인 구상만 적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절대양이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이제 매일 만자를 쓸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그 안에서 반드시 가치 있는 부분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포기를 하나 했다. 좋은 기회가 닿아 중국어 수업을 준비 중이었다. 시간도 크게 부담되지 않았고, 시급으로 따지자면 태어나서 가장 높은 시급으로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못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정말 많이 고민했다. 나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므로. 그런데 우선순위를 매겨봤을 때 '얘보다 더 쎔?'하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오후에 본 유튜브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내게 주는 기회를 피하지 말라고. 모두 다 잡으라고. 그래서 나는 아침에 내가 한 결정이 잘못되었는지 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여러 기회를 잡고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나는 집중을 하고 싶다.


여태까지 내가 발전해온 패턴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일단 논다

2. '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위기 의식을 느낀다

3. 뭐라도 한다. 뭐라도 하는 과정에서 책과 영상을 찾아보고 그것을 조금씩 일상에 적용해본다

4.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정리해보니 이런 결론이 나온다 : 노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위기감이 들 때까지 노는거다)

내가 어느 포인트에서 위기감을 느끼는지에 따라 다음 단계에서 어떤 행동을 할 지가 정해진다.


매일 만자를 쓰고 (더 많이 쓸 수 있으면 더 많이 쓰고) 그걸 고치고 고치고 고쳐나가면 만들어지는 것이 있을거다.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가다보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올 거다. 이미 몇 번의 작업을 통해서 글이 어떻게 다듬어지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그렇지만 얼마나 짜릿함과 보람을 가져다 주는지 알고 있다. 그러니까 글을 고치는 과정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이렇게 평화롭게. 만날 사람도 없고 부양해야 할 가족도 없고 아픈 곳도 없이 그저 평화롭게 글을 쓰는 나날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다. 남들이 보면 그냥 백수지만,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들이 내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이 시간들이 지나면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다. 한 6년 정도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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