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해서 하는 일들

by 사색의 시간

나는 독서를 힘들어했다. 한글도 다 뗐고 문과 출신인데.

뭐 때문에 힘들었나 생각해보니 '세상에 책이 너무 많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내 앞에 놓인 한 권의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숨막혔다.


내 삶에서 독서란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일일 뿐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

'좋은 책이란 그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읽기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책이다'

라는 글귀를 기억하고 있다. 살면서 그런 책을 안 만난 것도 아닌데,

독서는 글쓰기와 함께 내가 줄곧 피해다니는 것들 중 하나였다.


최근 일상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보니 거기 자연스럽게 독서를 끼워넣게 되었다. 글을 쓰겠다는 사람이 읽지 않는 건 말이 좀 안되는 거 같아서. 그래서 그냥 하루에 십분씩만 읽기로 했는데 이게 효과가 있는 듯 하다.

그 십 분 동안은 아무 잡념 없이 책을 읽을 수가 있게 되었다. 이 한 권을 다 읽어야 해, 다 읽고 또 다른 책을 읽어야 해, 하는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고 있다.


시간을 정한다는 것이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 스트레칭, 확언 등 매일 하는 루틴들조차 귀찮은 날에는 모조리 1분씩만 하기도 하지만 그 1분이 주는 힘조차 무시할 것이 아니다.

단 1분이라도 할 수 있다면, 10분으로 30분으로 늘어날 가능성 또한 있는 거니까.


다만 역시나 언제나 그렇듯 나의 가장 큰 장벽이자 사랑인 글쓰기에는 아직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면 10분 글쓰기를 한다고 정해놓아도 10분간 아무것도 못쓰고 앉아서 머리만 쥐어뜯다 끝나기 때문이다. 머리만 쥐어뜯다 끝나더라도 매일 10분씩 글쓰기에 도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다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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