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끝
3월 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3월의 끝에서 쓰는 일기는 어떤 내용일지 내심 궁금했다. 하지만 이렇게 고요하고 덤덤한 상태로 쓰는 것은 한 번도 상상하지 않은 일이다. 한달 동안 정말 많은 일기를 썼다. 노트 한권 분량은 훌쩍 넘길 만큼. 그 안에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잔뜩 써두기도 했다. 아침에 그것들을 찬찬히 읽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들이 이뤄지지 않는대도 나는 괜찮을 거라고.
사실 아침엔 좀 화가 났다. 나에게 만족하지 않는 나에 대해서. 대체 뭐 어쩌라고, 뭐가 문젠데! 하면서 속으로 마구 소리를 질렀다. 화를 내서, 화가 풀려서 이렇게 덤덤한 걸까. 3월 동안 일어난 일들을 재잘재잘 떠들 생각에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상 오늘이 되니 별 할 말이 없다.
작품을 마칠 때도 비슷하다. 끝만 내봐라,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후기에 잔뜩 징징댈거야. 매일 그런 각오를 하지만 막상 글이 끝나면 여기까지 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인생이란 다 그런 걸까나.
삶이 달라지는 신호 중 하나는 자주 쓰는 물건이 부서지거나 고장나는 거라고 한다. 에너지의 파동이 바뀌는 거라나. 그래서 컵이 깨졌을 때 설렜다. 오. 드디어 나 좀 달라지는 건가 싶어서. 3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우는 바람에 쌍꺼풀이 생기기도 했다.
3월에는 내가 정말 귀찮아하던 두 가지를 해냈다. 마인드맵과 만다라트. 도식화를 하면서 칸을 채워나가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했다. 하니까 좋았다.
마인드맵에서는 내가 돌봐야 할 것을 건강, 관계, 일, 자아상 네 가지가 나왔다. 순위를 매겨보자면 1 건강 2 자아상 3 일 4 관계. 그 중에서도 3번이 매우 취약한 상태임을 발견했다. 취약함을 조금씩 보완해야겠다. 만다라트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꾸준하게 작품 내기' 항목이었다. 결국 '일'의 항목이다. 이것도 뭐. 하는 수밖에.
번잡하던 마음이 다소 덤덤해졌고 실행에 옮겨야할 과제가 눈앞에 있다. 생각보다 훨씬 심플한 3월의 끝이다. 다행이다. 고요한 마음으로 다만 눈 앞에 있는 것을 보기. 단순하지만 무지하게 어려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