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단어를 공부하는 이유

이유가 없었는데요. 생겼습니다.

by 사색의 시간

하루 한 챕터씩 단어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단순히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영어를 잘해야한다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었다. 책에 든 모든 단어를 완벽하게 외우고자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 한 챕터씩 단어를 노트에 적고 끝에 달린 문제를 풀어보는 것. 딱 그것만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 이상 과제를 부여하면 금방 나가떨어져버릴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을 때, 시간을 허비한다는 느낌이 들 때,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단어책을 산지는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한번도 이 책을 다 본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써보는 것만으로도 조그만 성취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당시 나는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절실히 필요했다.


아침에 책상에 앉아 책을 펼치면 알 수 없는 단어들이 가득 적혀있다. 그것들을 따라 쓰며 눈으로 한 번 읽는다. 이런 뜻이구나. 그래. 다음에 다시 봤을 때 기억이 나면 참 좋겠네. 그런 마음으로 읽고 써본다.


공부를 하며 느낀 것은, 지금이 공부를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거다. 더 이상 아무도 나에게 공부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물론 그렇게 즐겁지는 않다. 외우려고 애쓰는 것도 아니고 단지 베껴 적는 것 뿐인데도 한 챕터를 마치는 데 한 시간 가량이 걸린다. 그 시간 내내 '어우 하기 싫어...' 라고 중얼거리며 공책을 채워가는 날도 있다. 그런 날 마저 깨닫는 것이 있다. 오롯이 자유의지로 단어공부를 하는 스스로가 신기하기도 하다. 하기 싫은 것을 해나가는 내 자신을 보면서, 다른 것들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본다.


목표도 이유도 없이 시작한 공부지만 이 공부를 해나가면서 내가 뭘 해야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조금씩 알게 된다. 사실 중국어 공부를 하고 싶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어차피 공부하는 한 시간을 조금 더 잘 보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공부법을 찾아보기도 한다. 하루 한 챕터를 공부했다는 성취감은 덤이다.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뭔가 해야할 것 같을 때, 앞에 놓인 일을 두고 고민한다.

"이게 과연 나에게 의미가 있을까?"

의미 없는 일에 손을 대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게 위법도 사악한 짓도 아니라면, 일단 해보는 것도 때로는 무력감을 빠져나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비록 내 머릿 속에 남는 단어가 몇 없을지라도, 단어를 공부하는 그 한 시간 덕분에 나머지 하루를 채워나가는 나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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