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어딨어요

by 사색의 시간

글을 쓰기 전 이런 저런 제목을 궁리한다. 그때 마침 보고 있던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왔다.

[자기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어딨어요? 자기를 다 안다고 믿는 사람들은 결국 상처받을 일이 더 많이 남은 사람들이예요.]

인용하기 적절한 문장이다.

나는 어제 그토록 스스로에게 괴로워하다 오늘은 어제 일을 까맣게 잊은 채 하루종일 마음에 드는 가방을 찾기 위해 인터넷 쇼핑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문득 또 스스로를 책망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왜, 내가 뭐 어때서!'를 반복했다.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단념한 사람에게 별안간 연락을 받기도 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다.


위의 대사가 나온 작품은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다. 주인공이 작가인 영화나 드라마를 찾다가 발견했는데 꽤 재밌었다.

꽤 재밌었다는 감상으로 끝나는 드라마들과 달리 이 드라마는 좀 고마웠다.

주인공이 "뽀송뽀송하면서도 눅진눅진한 기분이야"라고 대사를 치면 옆에서 친구가 "사는 게 다 그런거지!" 라고 외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삶이 이상하다고 느낄 때 옆에서 '다 그런거지!'라고 외쳐주는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캐릭터 하나하나 참 반짝반짝 빛나고, 대사 하나하나에 재치가 담겼다. 공들인 티가 났다.

글은 이렇게 쓰는거구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글쓰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했다.

내가 무언가를 아주아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오늘은 퇴근하고 집에 바로 오지 말고 꼭 글 한 편 쓰고 오자', 라고 다짐한 날에는

어김없이 곧장 집으로 오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100% 풀충전된 아이패드를 고스란히 모시고 귀가했다.

날씨가 춥고 몸이 으슬으슬하다는 이유로 매일 걷던 퇴근길도 냉큼 버스에 몸을 맡겨 왔다.

그러면 또 '너는 오늘 아무것도 안했어!'라는 목소리가 스믈스믈 올라오지만.


침대에 눕기 전까진 그러지 않기로 했다. 자려고 눈을 감기 전에는 나를 혼내지 않을거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도, 자기 전에 뭔가를 할 지도 모르니까.

아직 모르는 거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은 반의 반 정도만 사실이다.

원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얻겠다는 결심을 해야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결심은 계속 계속 해야하는 거다.


하다보면 결심이 수시로 바뀐다. 어제는 이러려고 했는데 오늘은 저러려고 한다.

그래서 하루종일 쇼핑을 하고서도 가방을 고르지 못하는 거다.

지금은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가방이 나에게 왔을 때면 이미 그 가방이 싫어져 있을까봐.


쉽게 변심하는 스스로를 엄청 책망했는데 이제는 않기로 결심해본다.

내가 나를 모르는 것에도, 내가 자꾸자꾸 변심하는 것에도,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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