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를 울컥하게 한 것은 현충일 묵념 사이렌이었다. (나는 '울컥'이라고 표현하는데 어제 읽은 책에서는 '감동'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맞다. 이 감각은 감동인 것 같다.) 책을 읽다가 사이렌이 울리는 것을 듣고 오늘이 현충일인 것을 알았다. 눈을 감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기원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이렇게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소중한 삶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쓰기로 삶을 바꾼 사람들에 관한 책을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치열하게 써온 사람들이었다. 뭐든 매일 쓰면 바뀔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책이 있다. <돈의 신에게 사랑받는 3줄의 마법>이다. 솔직히 제목이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만...(이렇게 쓰니까 덜 부끄러운데 표지가 블링블링해서 살 때 조금 더 부끄러웠다) 내용은 굉장히 알차다. 어느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나의 감정'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이해하다보면 어느새 풍요가 온다는 내용이다.
최근 읽은 책들의 공통점이 있다. '감정'이 나를 바꾸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감정이야말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다." 여러 책에서 하나같이 말하고 있었다.
이 책을 구매하게 될 줄 몰랐다. 서가에 서서 읽다보니 사서 꼭 이렇게 써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나 자체를 즐기자는 요지의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어떤 설정을 부여했는지 살펴본다. 나는 이상하고 독특하다는 말이 상처가 되었던 기억이 있어서 '무난한 사람으로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 봤다. (물론 남들은 내가 눈치봤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정말로 즐겁고 행복한지 자신에게 늘 물어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밑에 나는 이렇게 썼다. 나는 내 세계가
-깔끔하면 좋겠다
-남한테 덜 맞추면 좋겠다
-열심히 글을 쓰면 좋겠다
-식사를 건강하게 하면 좋겠다
식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인스턴트, 자극적인 음식을 끊지 못하는 나를 마주하는 요즘이다. 떡볶이...떡볶이를 끊는 건 너무 잔인하니까 조금 덜 먹으면 좋겠다. 이래놓고 오늘도 먹을지도 모른다.
'3줄의 마법'의 핵심은 노트 위에 자신의 감정을 모조리 끄집어내고, 거기서 사실과 환상을 구분해내는 거다. 예를 들어 [A가 돈을 빌려갔다. 짜증난다.] 라고 썼다면 A가 돈을 빌려간 것은 사실, 짜증난 것은 환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왜 짜증이 났는지, 왜 돈을 빌려줬는지 계속 써나가다보면 'A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라는 속마음이 나오고 이 속마음을 '앞으로 미움받는 것따위 상관하지 않겠어'로 변경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자신이 겪었던 상황, 그로 인한 감정을 쓰면서 감정을 일으킨 설정을 찾아내고 그 설정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경해왔다고 한다.
노트를 쓰다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패턴'을 알게 된다고 한다. <감정 다스리기를 위한 글쓰기>를 쓸 때도 그렇고 나는 내가 쓴 것을 분석하는 것을 귀찮아 했는데 이제 정말로 해야할 때가 온 듯 하다.
손해와 이득에 대해 느끼는 대로 솔직히 적어보세요.
이 문장 밑에 떠오르는대로 적어보고 놀랐다. 긍정적인 것이 없었다. 손해는 '복구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이득에 관한 감정으로 '막대한 이득은 위험하다, 댓가를 치러야 한다' 등이 있었다. 굉장히 인색한 인간이었구나.
'복구 불가능한 것'이라고 적어 놓은 옆에 '복구 가능한 것'이라고 적어 설정을 수정해준다. '돈'에 관해서도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적어보았는데...이건 차마 공개할 수 없다. 돈에 대해서라면 저마다 개인적이고 은밀한 감정들이 숨어있지 않을까. 꼭 한 번 써보시길 바란다.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쓰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기존 설정들을 수정하면서 돈과 나의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저에게 있어 '행복'은 살면서 느끼는 '모든 것'입니다. 어떤 감정이든 나를 성숙시키는 슬픔이나 분노, 짜증 등도 나에겐 '행복'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되게 새로웠다. 단순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감정을 모두 '불행'으로 치부하지 않는다고 한다. '좋은' 날씨가 누구에겐 햇살 가득한 날일 수도 있고 누구에겐 비내리는 날일 수도 있다. '좋다'라는 관념에서 자유로워져봐야겠단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감동은 감정과 생각을 감각에 빼앗길 만큼 큰 영혼의 울림입니다. 눈앞의 세계와 자기 자신이 깊이 연결되는 감각적인 체험이죠. (...) 생각과 감정을 감각에 내맡긴 채 하늘, 구름, 바람, 빛..., 눈앞의 모든 것에 마음껏 감동하세요. 잊지 마세요. 계속해서 감동을 느끼며 살아가면 언제든 자기 축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기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쉽게 감동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나쁜 것, 미숙한 것으로 평가되기 쉽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감성을 억누른 채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상식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감동을 통해 자신의 기준을 찾아가라고, 그러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당신을 응원해 줄 거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저자는 '즐거움' 같이 긍정적인 감정도 의심하라고 한다. 지인이 소개해 준 호텔에 갔는데 실망스러웠던 일을 예로 들며 [지인은 그 호텔의 VIP였기 때문에 청결상태나 식사 수준에 상관없이 VIP대접에 받는 기분에 빠져 즐거움을 느꼈던 것]이라고 했다. 왜 즐거운가에 대해서도 쓰다보면 미처 알지 못한 진실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알기 쉽게 쓰거나 읽기 쉽게 쓰자는 생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뀌면서 진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가', '당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가', '당신이 어떤 세계를 꿈꾸는가'입니다. 이 점을 놓치지 말아야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디테일하게 쓰면 변화가 안 생길 수가 없겠다. '어떤 세계를 꿈꾸는가'는 내게 늘 모호하고 어려운 문제였다. 이 세계도 좋아보이고 저 세계도 좋아보이니까. 구체적으로 써봐야겠다. 또한 자신의 감정과 추구 또한 매일 바뀌니 매일 쓰면서 매일 변화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와 되게 부지런해야 되네....'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저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자기 감정 마주하는 것도 하지 않고서 어떤 변화를 이루려고 하는가.
마무리는 역시 '감사하라'였다. 요즘 피부로 느끼고 있다. 감사하다보면 감사할 일이 더 늘어난다. 저자가 말하는 3줄의 마법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직시한다
2. 느낀다
3. 정한다
감정을 정리하고, 그 속에 어떤 자기 설정이 있는지 찾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 정하는 것.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지고 있던 설정 하나를 바꿨다. '나는 글이 별로다'라고 적으려다가 '나는 글이 별...로가 아니다!' 라고 적었다. 별로가 아니니까 꾸준히 작품을 내며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 만세.
책을 사면서 노트랑 수첩이랑 스티커랑 펜도 샀다. 저 펜 색깔도 이쁘고 (라벤더색) 필기감도 부드럽다. 해피데이 수첩은 아침에 감사 목록 적을 때 딱일 것 같다. 곰돌이들이 넘 귀엽다. MY JUICY BEAR는 곰 시리즈지만 가운데 있는 안경 쓴 애는 다람쥐 같다. 저 애를 보자마자 '이건 사야 돼!'하며 집어들었다. 토끼가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토끼 스티커도 샀다. 원하는 것을 잔뜩 살 수 있는 풍요로움에 감사하다.
아이패드에 모든 것을 적어야겠어. 아이패드가 있으니까 앞으로 수첩이나 노트를 사는 일은 없을거야! 라고 확신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아닌가보다. 끊임없이 펜과 수첩과 노트를 사고 사용하며 살아가는가보다. 손으로 쓰는 맛을 잃을 수 없으니까. 아니 아이패드도 아이펜슬 가지고 손으로 쓰는데...어쩔 수 없는 아날로그의 힘이 있나보다.
예쁜 노트와 펜으로 나도 3줄의 마법을 부려봐야겠다. 3줄의 마법은 딱 세 줄만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낱낱이 다 까발린 후에 그것을 세 줄로 정리한다는 뜻이었다. 마음에 든다.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