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이후

by 사색의 시간

21일 일요일 개기 일식이 있었죠. 다들 보셨나요? 저는 보지 않았어요. 햇살이 강한 날이었는데, 블라인드로 창문을 다 가린 어두운 방에 앉아 있었습니다. 저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일식이 지나면 10년 뒤에나 볼 수 있다는 말에, '그럼 10년 후에 보지 뭐'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하지만 상관없지 않았습니다. 일식 후 일상이 바뀌었거든요. 그전까지 에너지의 발산이 이루어졌다면 22일 월요일부터는 에너지의 응축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였던 것을 하나로 합치고, 잡히지 않았던 것들을 잡히는 것으로 만들어내고, 이전에 열심히 발산했던 것들의 결과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단 하루 만에 이런 일들이 가능한 건가, 저도 의문이었습니다만 네. 가능합니다. 모든 절기는 단 하루예요. 입춘. 초복. 동지. 그 하루를 기점으로 다른 세계가 시작됩니다.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도 처서가 되면 바람결에 서늘한 기운이 묻어나듯 나의 인생에 새로운 기운이 묻어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나의 삶이 새로운 절기를 맞이한 것이죠. 자연의 섭리는 정확하구나. 감탄했어요. 내가 모르는 단계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간 <숨을 가다듬는 시간>이라는 매거진을 만들어 부지런히 숨을 가다듬었습니다. 아침을 맞이해 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느껴졌어요. '아, 이제 숨은 가다듬을 만큼 가다듬었구나.'


앞으로 <건네는 글>로 찾아뵐게요. 무엇을 건넬지, 무엇을 건넬 수 있을지, 무엇을 건네야 할지. 문득 떠오르는 날이 있을 거예요. 그때 올게요. 건강하게 평온하게, 잘 지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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