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지 않는 건 딱 하나 때문이야

by 사색의 시간


*12월 한 달 간 셀프 인터뷰가 연재됩니다.



0.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직장인이라는 포지션도 글쓰는 사람이라는 포지션도 어색해하는, 어정쩡한 사람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확실한 저의 포지션을 찾는 것이 2021년 목표고요. 며칠 전 친구들에게 '나하면 떠오르는 단어 다섯 개만 얘기해줘'라고 했더니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자유'였어요. 자유? 내가? 처음엔 의아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살고 싶은 대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더 살고 싶은 대로 살까 늘 고민 중이긴 하지만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침의 햇살을 좋아해요. 요리는 싫어해요. 어제도 망쳤거든요.


1. 요즘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지금 제 몰골을 보니 마음에 든다고 대답할 수가 없네요. 감지 않은 머리가 떡져있고,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이불 속이거든요. 일주일 전에 물어보셨더라면 마음에 든다고 대답했을지 몰라요. 저번 주는 출근을 했거든요. 출근을 하지 않으면 저는 놀랍도록 게을러져요. 그래서 계속 직장을 다니는 건지도 몰라요. 2021년에는 출근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일을 챙겨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새해 목표는 늘어만 가고...)

왜 출근을 하면 부지런해질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사람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지각을 했거든요. 아예 일찍 등교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지각하고 벌 받는 게 좋았어요. 마조히스트가 아니라...지각하면 운동장을 뛰어야 했는데, 저는 운동장 뛰는 게 좋았거든요. 지각했는데 아침 운동까지 시켜주네! 하면서 즐겁게 뛰었어요.

어느 날은 제가 운동장 뛰는 걸 창밖으로 보신 수학 선생님께서 저를 교무실로 부르셨어요. 벌 받는 애 표정이 너무 행복한 거 아니냐면서. 그때 수학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너 학교 다니면서 이렇게 지각하면 나중에 사회 나가서 어쩌려고 그래?

그런데 저는 직장생활 하면서는 단 한 번도 지각한 적 없어요. 그때 느꼈죠. 나는 고용주와의 약속은 잘 지키는 사람이구나. 그건 좋은데, 나와의 약속도 좀 잘 지키면 좋겠어요. 출근 할 때와 안할 때의 갭이 너무 큰 거 같아요. 다들 그렇지 않냐고요? 제가 직장에서 있는 시간 외에는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직장은 꼬박꼬박 다니면서 글은 꼬박꼬박 쓰지 않는 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것만 빼면 제가 마음에 드는데, 그걸 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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