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섀도우를 두 개나 사도 될런지요

by 사색의 시간


요즘 나는 복근 운동을 한다. 레그 레이즈 같이 누워서 하는 복근 운동은 허리와 목을 아프게 하기 때문에 서서 하는 복근 운동부터 시작했다. 딱 10분. 사실 복근 운동을 해도 다음날 전혀 배가 땡기지 않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나는 10분간 왕초보 복근 운동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그거면 됐다. 그 뿌듯함을 얻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거니까.


요즘 나는 화장을 한다. 메이크업 클래스를 듣고 와서, 선생님께 배운 대로 매일 해보고 있다. 화장이 잘 된 얼굴을 찍어 엄마에게 전송한다. 엄마는 예쁘게 꾸민 내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내가 츄리닝만 입고 다녔을 때 엄마는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이제라도 예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좋아하니까.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읽으면 되는데, 그 당연한 것을 못하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어 한다. 읽지는 않는다. 그 저자의 모든 저서를 훑어보며 '읽어야 할 책 리스트' 같은 것을 만드느라 독서 시간이 사라진다. 나의 일상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그냥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사고 싶은 것을 사면 걱정거리도 없고 심플 해질 텐데. 할까 말까 고민하느라 하루를 쏟는다. 그리고 그 고민은 쓰잘데가 없다.


이를테면 이런 고민이다. 섀도우를 살까 말까? 이 고민을 하는 이유는 '화장품을 여러 개 사는 것은 사치야. 섀도우는 내가 매일 쓸 거, 정말 필요한 걸로 딱 하나만 있어야 해!'라는 쓸데없는 제약을 스스로에게 걸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섀도우 몇 개 더 있으면 어때서. 뭐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스스로에게 늘 이런 식이다. 좀 먹어도 되고, 좀 사도 되고, 좀 해도 되는 것들을 '하면 안 돼!'라고 몰아세웠다. 섀도우도 사고 브러쉬도 사자.


내가 정말 정말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내 자신은 좀 알 필요가 있다. 운동을 하고, 아침마다 모닝 페이지 세 바닥을 쓰고, 출근을 하고, 등산을 하고, 나 자신을 위해 온갖 고군분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기쁘지 않다면 이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기쁜 하루를 살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줘야겠다. 화장도 잘 됐고, 머리도 예쁘게 잘 됐고, 새 옷을 꺼내 입었다. 점심으로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었고 동료가 챙겨준 커피도 한 잔 마셨다. 퇴근하고 나서는 복근 10분과 팔 운동 10분을 할 것이며... 아이브로우를 사러 갈 것이다. 아이브로우는 사도 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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