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가고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by 사색의 시간

원하는 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실상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는데도 말이다.

'원하는 대로 되고 있어!'

이 감정을 마주하고 나는 갑자기 이성적인 척을 하려 한다.


증거 있어?

논리적으로 합당해?


내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것저것 일상 속을 뒤져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닝페이지 세 쪽을 써서?

운동을 해서?

음....

돈을 써서?


맞다. 6월 한 달, 그리고 7월 초인 지금에 걸쳐 돈을 꽤나 썼다. 아마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돈을 많이 써본 적도 없을 거다. 태어나서 한달 지출이 가장 많다! 그럼에도 월 지출이 200만원이 넘지는 않는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아끼며 살았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 좀 써도 괜찮아. 안 죽어.


그러나 이것들이 '원하는 대로' 되어간다는 근거라고 할 수 있을까. 뭐 돈을 쓴 만큼 무언가를 얻거나 경험했으니 일부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미심쩍은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제발 그냥 좀 즐겨. 이유 찾아서 뭐할래?"


이성적인 척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원하는 대로 살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이유가 뭔가. '원하는 대로 이루었다!'는 그 쾌감을 느끼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것들. 손에 넣고 싶어하는 이유가 '쾌적함'을 누리기 위함이 아닌가. 이미 쾌적함을 느끼고 있다는데, 이미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느낀다는 데, 그냥 좀 즐기면 좋겠다.


인과는 꼭 내가 알고 있는 질서나 순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감사한 일이 생기고 난 뒤에 감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감사부터 했더니 그 뒤에 감사한 일이 생기더라. 뭐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고보니 내가 요즘 자주 하는 말 두 가지가 있다.


"나는 행운아다!"

"힘이 솟아난다!"


특히 "힘이 솟아난다!"는 등산이나 운동을 할 때 힘이 부쳐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 사용하면 효과가 아주 좋다. 말에는 언령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나는 행운아다. 힘이 솟아난다. 이 두 가지 말로 나 스스로를 세뇌하고 길들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것 꽤 괜찮은 일이다. '원하는 대로 되고 있다'는 이 느낌. 이 언어. 이것들이 또 나를 진짜 그러하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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