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을 남 일 처럼 하라

그러면 적어도 미루지는 않을 것이니

by 사색의 시간

월초가 되면 회계 작업으로 정신이 없다. 나라는 인간이 숫자를 다루는 일은 전혀 못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적성에 맞는지 제법 꼼꼼하게 잘하고 있다. 어째서 그것이 가능할까? 생각해보니, 남의 일이기 때문이었다.


남의 일이니까, 회사에서 떨어진 일이니까,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 강제에 의해 나는 '나의 일이었다면 자처하지 않았을'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있다. 방청소에는 소질이 없지만 청소부로 지냈었다. 숫자에 쥐약이지만 회계 업무를 하고 있다.


하기 싫고 재주 없는 그것들을 나는 미루지도 않고 성실히 해낸다. 왜? 남의 일이니까. 남의 공간을 깨끗이 만들고, 남의 숫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생각한다.

내 방도 이렇게 좀 치우지.

내가 쌓아놓은 숫자들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 좀 하지.

그러나 그것들은 언제나 우선순위의 저 먼 뒤편으로 밀려나있다.


'내 일'이라는 영역 안에 귀찮고 소질 없는 것들을 들여오기란 간단치 않다. 편하고 능숙한 일들만 하면서 사는 것이 습관이 된다. 눕는 게 편하고, 유튜브를 보는 게 편하고,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하다. 그것들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사실 쪼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긴 한다...) '편하고 능숙한,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것들' 속에서 진짜 해야 할 '내 일'이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는 말이다. (그러니까 결국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거잖아.)


소설 쓰기란 내가 매일매일 착실히 미루고 있는 내 일 중 하나다. 소설 쓰기가 남의 일이라면, 나는 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니 그건 애초에, 남의 일일 수가 없잖아. 남의 일이 될 수가 없는 거잖아. 결국 소설을 쓰는 것은 온전히 내 일이라는 사실만을 재차 확인했다. 오늘도 소설 쓰기를 미루겠지. 너무도 당연하게 드는 예감. 유체이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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